칭찬릴레이20/호스피스 임석순 봉사자

사랑·섬김·희생 통한 환자들의 동반자

"내 욕심을 버리자.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를 계속하자"

 

최근 노인들의 인생에 찾아온 새로운 감정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영화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노년에도 인생에 새로운 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춘의 열정보다 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내 욕심을 버리자, 나 자신을 속이지 말자,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를 계속하자'는 다짐을 지켜나가는 호스피스 임석순(74) 봉사자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 등 언론에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리는 그가 본지의 칭찬릴레이 취재에 응해준 지난 12일 오전 10시 경, 그는 이미 환자를 돌본 뒤 본 기자를 만났다.

 

"성경 야고보서 2장 17절에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라며 대뜸 13년 전 과거로 돌아가 지금의 호스피스 생활을 시작하기까지의 사연을 전한다. 군대시절 위생병 출신으로 교회에 다니면서 그는 봉사의 구체적인 방법을 찾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러다 당시 흔치 않았던 서울대학교 출신의 호스피스 이야기를 TV에서 접한 뒤 당장 교회에서 교육을 수료한 뒤 호스피스가 됐다.

 

"호스피스는 인생에서 남은 시간이 6개월 정도인 환자 분들을 돌보는 봉사로, 환자들의 신체적인 부분에서부터 정신적인 위로 부분, 사회적인 차원의 심부름 등 교인으로서의 영적인 부분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어느덧 호스피스 봉사를 해온지 10년이 지났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가 4년 반 동안 생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고, 가족들의 사정, 자녀들의 부양 능력 및 경제적인 처지 때문에 호스피스의 도움이 절실한 환자들도 분명히 있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했던 환자가 약 20명, 그는 10명의 각지에 있는 환자를 돌보느라 일주일 내내 분주하다.

 

한번은 천안 출신인 임석순 봉사자와 한살 터울인 환자가 같은 천안 출신의 동향이었으며 환자의 병세 때문에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어려운 의사소통을 통해 꽤나 가까운 친구들까지 서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이에 비해 임 봉사자는 남양주에서 중구를 거쳐 신길동까지 봉사를 다닐 정도로 정정하다.

 

"건강관리 당연히 해야죠. 매일 새벽 예배에 참가하고, 못해도 일주일에 5일 동안 만보 이상을 걷습니다" 그는 자신 있게 허리에 착용한 만보계를 보여주며 "오늘도 벌써 8천보 걸었네요"하며 웃는다. 그의 건강관리는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뇌동맥 파열로 뇌수술을 받은 그는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을 기적적으로 극복한 뒤 꾸준히 건강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장가간 큰아들은 벌써 그에게 손녀를 안겨줬다. 행복한 자신의 가족들 사이에서 그는 "퇴직 후 아내와 둘이서만 좋은 데 여행하며 살자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아쉽다"면서도 "환자들을 만나며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이 최대한 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나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며, 믿음을 통해 봉사를 할 수 있는 그날까지 하는 거, 그거 하나 말고는 다른 거 없습니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따뜻한 손을 맞잡아 주었다.

 

※ 중구민이 모두 칭찬받는 그날까지 중구자치신문의 칭찬릴레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