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 배재학당 525년 향나무

서울시, 시인 김소월이 사랑한 전설의 상록수 등 보호수 사연 공개

중구와 함께 서울시에서는 수 백 년 동안 사시사철 지키고 있는 전설의 상록수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시는 지정보호수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특별히 보호 및 보존할 가치가 있는 수목 중에서도 사계절 늘 푸른 보호수 24그루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시에서 관리되고 있는 216그루의 보호수 중 사계절 늘 푸른 보호수는 총 24그루로 그 중에 소나무 8, 향나무 14, 측백나무 2그루이며, 최저 수령은 70년이고, 최고 수령은 872년이다. 이 중 중구에 있는 보호수를 대상으로 소개한다.

 

◆ 시인 김소월이 사랑한 향나무

 

중구 정동에 위치한 배재학당 향나무는 시인 김소월과 하버드대 데이비드 맥캔 교수가 사랑한 나무로 장장 525년의 세월 동안 정동을 지켜왔다.

 

하버드대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교수는 1960년대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와 안동에 머물다 조그만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김소월의 시집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한다. 배재학당 동관 뒤편의 향나무는 김소월이 좋아했던 나무였는데 오랜 세월로 인해 말라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고 전해진다.

 

그 향나무는 197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래 다시 푸르름을 되찾게 됐고, 맥캔 교수의 제자인 하버드대 박사 과정생인 웨인(Wayne De Fremery)이 김소월의 시집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한국의 인쇄문화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한국에 체류하면서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들러 되살아난 향나무의 소식을 스승인 맥캔 교수에게 전달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5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배재학당 향나무는 여전히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매년 배출해내는 배재 졸업생들 학창시절의 사진 속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왔다.

 

지정번호 '서2-2' 배재학당 향나무는 1972년 10월 12일에 보호수로 지정돼 당시의 수령이 525년으로 측백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고는 17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2.3m에 이르는 보호수로 수많은 배재중학교 졸업생들의 학창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앨범 속에서도 큰 인기를 간직하고 있는 영원한 청춘의 상징이다.

 

특히, 향나무 수간 상부에 박힌 못은 임진왜란 때 '가등청정'이 말(馬)을 묶어 놓았던 곳으로 전해오는 역사의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 중구청 내 향나무

 

중구청 내 향나무는 1996년 8월16일에 보호수로 지정돼 당시의 수령이 300년으로 수고는 10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115㎝에 이르는 보호수로 2010년도 태풍 곤파스로 인해 큰 가지가 부러진 상태이지만 아직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시는 올해도 서울시 지정보호수 24그루를 사계절 늘 푸른 청춘을 간직한 모습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525년 동안 자라면서 조상들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했을지 상상해보니 많은 슬픔과 우여곡절의 세월동안 묵묵히 이 자리를 지켜온 향나무에 대한 경외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