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명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열린 명동역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주민공청회에서 김장환 전 명동관광특구 회장이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보행은 이제 '보행권'으로서 하나의 권리가 됐다. 편리하고 안전하며 쾌적한 상황들을 고려해 대립되는 양측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양보하고 협의돼야 한다."
지난달 28일 명동주민센터 3층 강당에서 개최된 '명동역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주민공청회'에서 도로교통공단 명묘희 교통과학연구원이 이 같이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명동역에 횡단보도가 설치돼야 할 필요성은 남산르네상스 계획에 따른 예장자락을 통한 남산의 접근성 근접과 명동을 찾는 유동인구 및 외국 관광객의 불편해소 장애인 노약자 등 보행약자의 보행권 확보 등의 사항이 제시됐다. (관련기사 9면)
2009년 8월에서 11월까지 회현고가차도 철거 및 서울시의 교통개선사업 실시로 2009년 5월 명동역 앞 횡단보도 신호등 기초공사가 시행됐으나 지하상인의 극렬한 반대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구청과 서울시의 시정이 엇갈리며 명동주민과 지하상인들의 논의가 최근 횡단보도 설치의견에 합의하는 단계까지 왔지만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제시된 1안은 주민편의에 비중을 둬 명동역 밀리오레 앞 충무로1가 24-1지점을 지정했지만 지하상가인들의 반대로 2안과 3안이 제시됐다. 2·3안은 각각 프린스호텔과 국민은행, 알파문구와 국민은행 사이로 7∼8m의 거리 차이를 가지고 있다. 2·3안은 1안에서 관광객편의와 주민편의가 타협된 안으로 공청회자리에서 제시됐다.
이날 공청회에는 박형상 구청장 나경원 국회의원 최강선 시의원 김영선 황용헌 의원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 이성모 교수의 진행으로 장주영 건설교통국장 노미숙 명동역지하쇼핑센터상인회장 명묘희 박기수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조만호 명동주민자치위원장, 나성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을 펼쳤다.
장주영 건설교통국장은 발제를 통해 명동역 횡단보도의 설치필요성과 추진경위, 1·2·3안이 각각 가지는 장점과 단점 및 차후 해결할 과제와 남산르네상스 사업 중 예장자락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조만호 명동주민자치위원장은 "명동주민들의 생각을 대변해 1안으로 횡단보도가 설치돼야 한다"며 "구청과 협조·연계해 지하상가 활성화의 방안을 강구하고 결국 지하상가와 명동주민이 하나로 화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미숙 명동역지하쇼핑센터상인회장은 "먹고사는 일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며 "지하상인들 역시 중구민이고 서울시민이니 지하상가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 후에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청회에 앞서 박형상 구청장은 "널리 의견을 구하는 공청회에서 상대방의 의견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부족한 이야기가 있으면 서면으로라도 전달돼야 할 것"이라며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말이 있듯이 양측이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며 긍정적인 대책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경원 국회의원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공청회의 관건"이라며 "여러 이해관계를 하나로 모아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명동역 횡단보도 설치 주민 공청회 주요내용
"800만 관광객·노약자 고려 상생방안 모색 필요"
지난달 28일 명동역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주민 공청회가 명동 주민센터 3층 강당에서 열렸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명동주민 지하상인 등이 강당을 메운 가운데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지하상인들의 생존권과 명동주민 및 내외국인관광객 장애인 등의 보행권이 대립된 가운데 생존권과 보행권을 상생하자는 결론 도출 가능성을 확인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다음은 발제와 토론회 주요내용)
명묘희 연구원 "편의성·안전성·쾌적성 고려해야"
조만호 위원장 "밀리오레 앞 횡단보도안 최적 판단"
노미숙 상인회장 "지하상가 대책 마련 뒤 결정해야"
◆ 명동-남산간 횡단보도 진행상황
2009년 10월 5일 명동역 앞 횡단보도 신호등 기초공사가 시행됐으나 명동역 지하상인의 반대로 시행 자체가 중단됐으며 같은 해 11월 지상부에 특화된 상가안내판 설치 및 상권활성화 지하쇼핑센터 출입구에 에스컬레이터 설치 등의 명동역 지하쇼핑센터 활성화 방안 계획이 수립됐다.
2010년 7월 관광홍보과에 관광쇼핑벨트화 추진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연간 120만 명 외국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후 지난 해 10월 7일 관광특구대표와 지하상가 대표 간 간담회에서 횡단보도 설치 의견에 합의를 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주민 편의에 비중을 둔 밀리오레 앞 횡단보도의 설치 1안의 경우 현재 심의는 통과한 상태고 명동과 남산동 주통행로를 연결하는 보행동선과 일치한데다가 신호등기초공사가 완료돼 추가공사가 불필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지하상인들이 반대하고 있으며 이후 생길 곤돌라리프트와 접근성이 떨어지고 명동지하철역 이용자와 횡단보행자의 동선이 겹쳐 보행여건이 악화될 단점을 가지고 있다.
2안인 프린스 호텔과 국민은행의 경우 외국인들의 횡단편의가 제공되며 남산 주요 접근이 양호하며 곤돌라리프트 설치 예상지와 접근성이 뛰어나며 예장자락에 조성될 별빛공원 지하주차장과의 접근성 역시 장점이지만 지하상권이 침해될 우려로 역시 지하상인들이 반대하고 향후 지하쇼핑센터 에스컬레이터 설치 시 효용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서울지방경찰청과 교통안정시설 심의위원회의 심의도 받지 못한 상태다.
알파문고와 국민은행의 3안은 외국인들의 횡단편의 제공과 향후 에스컬레이터 설치 시 효용성이 매우 높으며 곤돌라리프트 설치 예상지와 연계한 남산접근성이 가장 양호하며 예장자락에 조성될 별빛 공원 지하주차장 접근성도 가장 양호한 편이다. 단점은 기존 버스정류소 위치가 이전돼야 하고 역시 서울지방경찰청과 교통안정시설 심의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2안과 3안의 거리는 7∼8m 정도의 차이 뿐이다.
명동역에 횡당보도가 설치돼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장주영 건설교통국장은 "시민들의 보편적인 보행성이 확보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산르네상스 계획에 따른 예장자락과의 연계를 통해 남산접근성이 개선되는 취지가 있고 명동을 관광하는 연간 800만명의 내·외국인들의 불편을 해소해 관광활성화를 도모하며 장애인 및 노약자 등 보행약자의 횡단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며 "명동과 남산지역의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양 지역 교류 및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학생의 통학환경 개선까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의 토론내용
첫 토론자 도로교통관리 공단 박기수씨는 "위치를 고려함에 있어 3가지 중요한 요소를 놓치면 안될 것 같다"며 "첫째는 설치한 횡단보도의 보행자 수효에 대한 문제고, 둘째는 횡단보도가 생긴다면 그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부분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차와 사람 사이의 사고 분포 조사를 봤을 때 3군데 모두 논리적인 설명이 어려운데다가 지형상 운전자들이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오게 되는 데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의 안전이 유지되는 것도 문제고, 교통안전실무편람에 의거 터널에서 100m이상의 거리에 횡단보도가 위치하는지, 오르막이나 내리막 이후 운전자의 시야 확보와 안전에 대해 횡단보도가 안전한지에 대한 사항이 심도 깊게 논의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명묘희 교통과학연구원은 "2년 전 명동에 왔을 때 노점상들이 횡단으로 도로를 건너는 모습을 보며 놀란적이 있었다"며 "지역 간의 격차해소 및 상권문제 등을 떠나 횡단보도의 원론적인 보행문제를 생각해야 하는데, 현재 보행의 질을 결정하는 편의성과 안전성, 쾌적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안이 보행문제에서 가장 안전하지만 교통수요와 보행환경 고려, 정책의 소망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문제 등 여러 사항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와 데이터를 통해 갈등이 아닌 명확한 기준이 정립돼야 하고 그 이후 협의체를 구성한 뒤 긍정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만호 명동주민자치위원장은 "명동주민은 1안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이고 있지만 지하상인들의 반대에 부딪쳐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에도 80만명의 내·외국인이 명동을 찾고 있는데 1안이 최적지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역지하쇼핑센터상인회 노미숙 회장은 "명동 지하상가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통로이자 영세한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다"며 "횡단보도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는데다가 지하상가에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설치 등 지하상가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된 뒤 합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나성실 회장은 "명동역 횡단보도 문제는 명분과 효율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수많은 서울시민과 노약자 내국인들에게 가장 유효한 1안을 건의하지만 지하상인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덜 가도록 지하상인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방청객 질의 시간에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김장환 명예회장은 "시 차원에서 지하상가 임대료를 인하하고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조속히 건설해 주는 한편 지하상가에 보관함을 설치해 명동을 찾는 내·외국인의 편의를 보장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한방희 중구지회장은 "횡단보도에 대해 지하상가의 피해가 막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관절염 등 건강을 이유로 지하도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고 장애인 배려라는 측면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역 상인회 총무는 "지하상인들에게 많은 피해가 있지만 횡단보도 설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며 "보행권이라고 말했지만 지하상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려있는데, 생존권도 보행권만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장주영 건설교통국장은 "오늘 공청회를 통해 지하상가를 위한 여건을 갖춘 뒤 상생토록 하는 합의점 도출에 대한 가능성을 찾았다"며 "차후에도 계속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하면서 공청회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