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 석호정 존치 방안 공청회 주요내용

남산복원 미명

 

지난 20일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남산공원내 석호정 존치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일 충무아트홀에서는 '남산공원내 석호정 존치방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200여명의 중구민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공청회에는 "보존해야 한다. 남산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등의 찬반의견이 엇갈렸지만 대부분 석호정을 존치해 남산르네상스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다음은 주제발표와 토론회 주요내용)

 

민현석 연구원 "건강·역사문화 현장으로 만들자"

나영일 교 수 "남산성곽 연결 관광벨트화 하자"

최강선 시의원 "석호정 철거·이전은 보류돼야"

 

◆ 남산 르네상스 기본계획

 

가장 처음 '남산르네상스 기본계획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발제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민현석 연구위원은 △남산르네상스의 비전과 목표 △기본구상 및 핵심 추진 전략 △산자락 구상 △향후추진계획을 전했다.

 

민 위원은 "남산 르네상스의 목표는 훼손된 자연·역사 환경을 지속적으로 되찾고 남산의 전통적 이미지를 살려 서울의 랜드마크 상징성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남산르네상스 사업은 고립된 남산은 도시와 하나 된 남산의 형태로 열리게 되며 산자락은 시민생활 공간과 교류하게 만들고, 산중턱은 자연생태 보호·복원을 위해 애쓰며 산마루는 서울의 모습을 전망하는 상징적 공간이 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생태 복원 △산자락 복원 △역사 복원 △경관 개선 △접근성 개선 △운영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제안 등이다.

 

△한국식 휴식공간과 녹지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개편이 진행 중인 장충 자락 △명동과 충무로와 연계된 젊은 활력을 느낄 수 있는 별빛 공원이 조성되는 예장 자락 △성곽 복원을 통한 능선회복과 산책로 성곽탐방로 확보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숲 속의 오픈스페이스 회현 자락 △남산전시관과 한남육교 리모델링, 야생화공원 개선 및 용산민족공원과 녹지축 연계의 한남 자락 △도심과 한강을 함께 조망해 남산의 명소화가 될 N타워주변 자락에 대한 각각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으며, 종국에는 생태의 보고이자 과거 역사 흔적이 묻어있는 문화자산인 남산의 브랜드화를 통해 서울의 컬쳐노믹스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지향점을 밝히며 발제를 마쳤다.

 

◆ 남산공원내 석호정 존치 필요성

 

이어 서울대 나영일 체육교육과 교수는 '남산공원내 석호정 존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 교수의 문제제기에 따르면 남산은 서울의 명산이며, 서울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인데 남산르네상스 계획이 발표된 뒤 체육시설 등에 대한 잡음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이는 서울시의 남산르네상스 사업을 지지하면서도 남산 복원이라는 미명 아래 체육시설을 강제 철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의 유명 공원이 남산 공원과 달리 시민의 편의와 역사·문화적 가치를 우수하게 보전해 시민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비교하며 과거에 남산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등의 안타까운 일례를 발표했다.

 

시간이 지나 남산르네상스 사업과 석호정 유지·관리 사업은 각자의 길을 걷는다. 남산르네상스 계획에서 석호정은 일단 배제돼 있었고 중구청은 2007년 석호정 보존을 위해 차양막을 설치하기도 하며 석호정과 국궁의 활성화를 노리기도 했다.

 

나 교수는 △남산공원관리사업소의 국궁장 '석호정' 명도요청에 대한 행정소송(1심에서 패소해 고등법원에 항소중) △공원시설사용허가증서교부처분무효확인 소송(대법원에서 진행 중) 이 두 가지 법적 공방 해결과 상관없이 우리는 석호정의 역사성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다시피 국궁은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전통무예로 임진왜란 이후 백성의 상무정신 진흥을 위해 무관의 과거가 빈번해짐에 따라 민간 사정이 활발해졌으며 그 때 경복궁 내 오운정에 이어 1630년 경 창건된 것이 바로 '석호정'이다. 석호정은 일제탄압에도 불구하고 1928년 열린 제1회 전조선궁술대회에서 종합 1위를 한 강팀이었고 1940년 한민족 문화말살정책에 의해 국궁이 폐쇄될 때까지 우리의 얼을 지켰던 민족의 도량이었다. 이 외에도 그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들어 석호정의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강조했다.

 

현재 석호정은 남산을 지나는 외국인들에게 명소가 되고 있고 이는 자연스레 한국과 국궁을 알리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145m 먼 거리의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는 모습이 당연히 신기할 수밖에 없다.

 

나 교수는 "남산르네상스의 핵심은 자연환경과 역사복원이다. 그렇다면 석호정을 온전히 보전하며 활성화하는 게 가장 사업에 합당한 계획일 것이다"며 "이제 남산르네상스 계획은 남산의 자연 경관 보존 외에도 역사성과 시대성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산르네상스 계획과 석호정 존치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영청 분원인 남소영과 그 터에 세워진 전통 활터를 역사무예공간으로 조성해 남산성곽과 연결하는 관광벨트로 만들어 특성화 시키며 석호정을 2층 누각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 △이순신 장군과 조선시대 수많은 병사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Storytelling)형식을 통한 궁도체험교실로 상설화해 역사교육공간으로 재창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서울시체육회 등과 함께 올림픽에서 강한 면모를 가진 한국양궁을 소개하며 상무정신에 투철한 활 잘 쏘는 민족이념 형상화 △국궁을 스포츠 브랜드로 인식시켜 국궁문화를 특수화 시킨 뒤 석호정을 남산공원의 자연과 사람이라는 생태환경과 어울리는 건강문화·역사문화의 현장으로 개편 하는 4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 전문가들의 초청토론

 

첫 토론자인 서울대 김형국 명예교수는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기조인 녹지화 및 자연 보호도 중요하지만 우리 문화를 지키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2008년 전통무예진흥법 통과를 계기로 전통무예진흥의 대상으로 국궁이 포함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궁도 진흥에 있어 인간문화재 제도의 활성화 등 관계자들이 전통문화에 대해 무심하지는 않았는지 성찰이 이루어져야 함을 밝혔다.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김기훈 교수는 "작은 활터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시대적인 개발과 전통의 논쟁임이 확연하다"며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인 국궁은 일제강점기 시절 배척·금지 당했지만 현재는 궁술문화 부활을 위해 무척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강선 시의원은 남산르네상스 사업 측면에서 본 석호정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최 의원은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전개된 남산 제모습 찾기의 중점사항은 자연경관 회복과 공원시설 보완·정비였고 석호정 시설복원에 있어서는 건물의 내구연한이 된 시점에 복원을 권하고 역사문화보전 및 다양한 문화기능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옛 민속행사를 시민축제와 연계해 무형문화유산을 활용하는 것을 세부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2009년 서울시가 발표한 남산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최종본에서도 석호정은 역사문화 중 건물유적으로 분류돼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갑자기 석호정에 대한 서울시의 계획 변경에 대해서는 수립한 계획 변경 동기가 있었을 것이 분명하니, 계획변경 사유와 의견수렴절차 등에 대해 서울시가 시민들을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의원은 "국궁이라는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상징적인 석호정의 가치를 인정하고 역사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남산의 복원일 것이다"며 "대한민국의 상징인 남산에 존재하는 석호정이 많은 시민들에게 문화·역사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어 있다면 더 많은 논의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체육과학원 성문정 선임연구원은 "국민의 생활체육참여율이 41%가 넘는 시대에 시민들이 땀 흘리며 서로 부딪치고 당기는 시위 속에서 400년 전의 역사를 온 몸으로 호흡하게 하기 보다는 역사시설을 다 철거하고 서울시가 만든 녹지공원에 앉아 풍경을 관망하는 것이 과연 생산적 여가소비정책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한봉호 교수는 "석호정 이전은 남산 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야한다"며 "현재 석호정 주변 식생 조사를 미뤄 판단하면 소나무림내부에 위치한 것으로 일부 지형이 훼손되고 현재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돼 남산 생태계 회복을 위해 석호정 활터는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남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태계의 회복일 것이고 생태계의 회복을 전제로한 이용만이 허용돼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자연 생태계 보전의 관점에서 의견을 개진해나갔다.

 

언론중재위원회 안병준 위원은 "서울시는 석호정이 극히 제한된 일부 부유층만이 그들의 여가를 위해 폐쇄적인 회원제로 운영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회원은 쉼 없이 순환되고 있으며 국궁의 저변확대를 위해 초등생과 학부모 5천명에게 매주 토요일 무료로 2시간씩 체험을 시켰으며, 인근 동국대생들에게도 무료회원 자격을 줘 지금도 국궁을 익히는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