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묘년(辛卯年) /토기이야기

성장과 풍요 상징… 영특하고 지혜로운 동물

2011년 신묘년이 밝았다.

 

귀여운 토끼를 연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냥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행복한 예감에 휩싸인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토끼를 고결하고 평화로운 동물이라 생각했다. 털이 보송보송하게 자라 큰 눈을 끔벅거리는 토끼는 저 멀리 달에서 계수나무와 함께 방아를 찧는 신비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토끼가 어두운 밤, 멀리 있는 달에서 방아를 찧을 수 있는 것은 특출한 시력 때문이라고들 한다. 단순히 시력이 좋아서 '명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는 올바른 눈으로 사리분별을 명철하게 구분해 내는 지혜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저 보이는 것에만 현혹돼 진실을 놓치고, 선과 악을 제대로 구별해내지 못하는 우매한 사람들에게 매운 회초리가 되어주는 토끼의 자랑스러운 기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을 비롯해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각계각층에 토끼의 기운이 제대로 발휘되길 기대하는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12간지 중, 묘인 토끼는 음력으로 2월, 하루의 시간으로는 묘시로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를 가리킨다. 음력 2월은 한창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분주한 달이며, 묘시는 농부들이 농사를 하러 채비를 마치고 나서는 시간이니 토끼는 다름 아닌 성장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적인 면과도 정확히 재어 맞춘 듯 필수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알다시피 토끼는 영리하고 꾀가 넘치는 재치의 동물이기도 하다. 널리 알려진 '별주부전'에서의 토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는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해석이 분분할 수 있지만 이는 단순히 꾀를 부리거나 요령을 피우는 게 아닌 그때그때 들이닥치는 위급한 상황에 맞춰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신할 수 있는 결단력에 대한 지혜라 할 수 있다. 역시 마음이 든든해지는 면모라고 할 수 있다.

 

강인하고 저돌적이며 정열적인 호랑이의 성정과 달리 토끼는 다소 느긋하고 온화한 기질로 순리에 맞춰 유유히 흐르는 물의 성질과 맥이 닿아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한 걸음씩 앞으로 달려가는 토끼는 우리네 서민들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얻는 것! 그 진리를 순순히 지켜나가는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을 기대하며 2011년 새 해를 근면, 성실하게 자신을 길로 전진해 나아가는 신묘년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