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뽀 / 옷벗는 사회

전국은 지금 '누드 광풍'

"벗자, 벗어" 더위에 지쳐 내뱉는 하소연이 아니다.

 올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키워드 '누드' 이야기다. 여자연예인들의 잇단 누드 촬영에 이어 일반인들까지 옷을 벗고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이젠 '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김광균의 시 〈설야〉중)처럼 벗은 몸의 신비감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인가. 외설과 예술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넘나들며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점령해가고 있는 누드 열풍을 들여다봤다.

 

미혼ㆍ부부등 추억만들기 앞장

연예인 릴레이 누드 전국강타

2 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

 

 #내 엉덩이 예쁘게 봐줘요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신촌 이화여대 부근의 한 스튜디오. 상담실에는 20대 후반의 여성과 포토그래퍼가 마주 앉아 뭔가를 열심히 상의하고 있었다. "엉덩이가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소품은 어떤 것을 쓰나요?"라고 물으면 포토그래퍼는 "모두 벗는 것보다는 얇은 천을 걸치는 것이 더 야하다"고 조언했다. 미술입시학원의 강사인 이 여성은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몸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누드촬영을 하러 오는 사람 중에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전문직 미혼 여성들이 가장 많다. 연예인의 누드사진을 갖고 와서 "이렇게 찍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하다가도 포토그래퍼가 몸을 클로즈업하며 분위기를 '업'시키면 대부분 척척 옷을 벗는다.

 

 세미누드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서울 역삼동 위드스튜디오의 안현철 대표는 "몸매를 잘 가꾼 남성들도 누드촬영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이 스튜디오에서 확인한 남성 누드사진들은 여성의 것보다 훨씬 대담한 것들이 많았다.

 

 현직 경찰인 한 남성은 전라의 모습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으며, 평소 몸관리에 열성인 30대 의사는 모델 뺨치는 능숙한 포즈로 포토그래퍼를 감동시켰다. 가격은 10컷 정도로 앨범을 만들 경우 60만∼100만원. 포즈의 난이도와 소품, 사진 사이즈 등에 따라 가격차가 난다.

 

 #내 누드는 내가 찍는다

 디지털카메라(디카)가 누드열풍에 '길잡이'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디카가 없던 시절에는 누드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인화할 길이 없었다. 동네 사진관에 맡겼다가 '집안 망신'시킬 일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디카가 급속히 보급된 지금 '내 사진은 내가 찍는' 셀프 누드가 빠르게 확산돼 가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인 D사이트에는 마치 '누드 백화점'을 연상케 할 만큼 각양각색의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이곳의 주인공은 젊은 미혼 여성만이 아니다. 중년 남성의 푹 퍼진 몸매나 아이가 딸린 주부들의 '편안한' 사진, 또는 전문 누드모델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카메라가 딸린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부나 애인의 누드사진을 찍어 틈만 나면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Y대 대학원생 윤모씨(27)는 "애인의 누드사진을 갖고 다니면 어디를 가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며 "내가 변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동갑내기 애인 임모씨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뒷모습을 온통 드러내고 서 있다. 지난 7월, 둘이서 여름휴가를 갔을 때 콘도에서 찍은 사진이다. 반대로 임씨의 휴대전화에는 주요 부위를 두손으로 가린 채 웃음짓는 윤씨가 '들어' 있다.

 

 #연예인 누드, 득인가 실인가

 릴레이 경주를 하듯 꼬리를 무는 여자 연예인들의 누드촬영이야말로 누드열풍의 진원지다. '1세대'격인 유연실에 이어 서갑숙ㆍ김지현 등이 누드를 선보였지만, 본격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사람은 성현아다. 이후 권민중ㆍ김완선이 몸을 공개했으며, 이제 가수 이혜영이 바통을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연예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누드촬영을 '위기 타개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성현아는 마약류인 엑스터시 복용으로 아찔한 추락을 경험했으나 누드촬영으로 이미지를 쇄신해 현재 작가주의 감독인 홍상수의 영화에 캐스팅된 상태다. 권민중이나 김완선도 인기의 정체기를 누드촬영을 통해 타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알려진 만큼 대박을 냈느냐는 물음에 업계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모 양의 경우 인터넷과 모바일의 유료 서비스를 통해 5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0억원 안팎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누드촬영을 하는 순간 TV광고는 포기해야 할 만큼 아직까지는 터부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자 연예인들의 누드촬영이 한때의 유행으로 머물지, 하나의 수익모델로 자리잡을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굿데이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