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서울휴먼타운' 조성에 거는 기대

획일적인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으로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특히 박제된 성냥갑처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기이한 현상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중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재개발이 완료됐거나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획일화된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고 단독주택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단독주택, 연립 등 저층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보존하는 신개념 주거지를 조성키로 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과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주택의 장점이 하나로 통합된 신개념 저층주거지 '서울휴먼타운(Seoul Human Town)'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개발로 인한 저층주거지의 멸실을 줄이고, 주거유형 다양화를 실현하면서 저층주거지의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개선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전체면적(605㎢) 중 223㎢가 주거지이며 그 중 약 55%(122㎢)가 단독·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등으로 구성된 저층주거지이지만 세대수 기준으로는 오히려 아파트가 5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1970년에 비해 저층주거지는 절반으로 감소했고, 아파트는 1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저층주거지의 멸실로 인해 주거형태가 급속도로 획일적인 아파트 중심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일변도의 개발사업에 따른 주거유형의 획일화, 사업성 확보 위주의 고밀개발에 따른 산 구릉지 한강 등의 경관자원 훼손, 서울의 역사성 장소성 상실 등 개성없는 도시공간 변화가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주택정책도 아파트 중심으로 제도화돼 저층주택의 감소에 따라 소형저가주택 부족,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원주민의 낮은 재정착률, 생활편의시설 부족 등 사회 경제적 문제점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재개발지역 원주민이 아파트에 입주하는 비율은 많아야 15%를 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일명 달동네로 일컬어지는 판자집이 밀집돼 있는 지역에 당연히 재개발을 통해 쾌적한 아파트를 건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등이 들어서 있어 주거와 주변환경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지역도 재개발로 묶여 획일적인 아파트만 양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서울을 다양화해 일반주택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그야말로 쾌적한 서울로 탈바꿈 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을 일단 환영한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행정이라는 불만이 표출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누구나 공감하는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