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 연 아 씨

"평생 장애인 등 노약자 돕고 싶어"

"장애인이나 노인 등 몸이 불편하신 분이 옆에 계신다면, 그리고 내 손길이 필요하다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호(본지 245호) 칭찬 주인공이었던 김혜진씨와 함께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연아(54)씨는 마치 흐르는 물처럼 남보다 자신을 낮추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6월 희망근로를 시작, 12월 초까지 계속하다가 동료들의 추천으로 올해 정식 직원으로 같이 일하게 됐다는 연아씨는 이곳에서 일하기 전, 3년간 대학병원과 노인장기병원에서 개인간병을 맡으며 환자들을 돌봐왔다.

 

"예전에는 사업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면서도 절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물질로만 100퍼센트 행복할 수는 없거든요."

 

남들처럼 '보편적인 성공'을 위해 살아왔던 지난 날을 회상하던 연아씨의 얼굴에 불현듯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즐거워요. 높은 곳을 봤을 때는 항상 내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지만 저보다 낮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제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예전에 병원에서 환자들의 간병을 하면서 연아씨는 죽음과 맞닿은 환자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의 위안을 느끼기도 했다고.

 

"저들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그에 비하면 저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삶을 살고 있나를 늘 생각하게 됐어요."

게다가 암 환자를 간병할 때 4일을 꼬박 같이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부작용 등이 나타나 환자의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연아씨는 환자를 '케어'할 때는 항상 힘들었지만 수술 후 좋아져 퇴원하는 환자를 보면 보람이 있었다고 말한다. 반면 고통을 받고 음식을 먹지도 못하는 환자를 볼때면 안쓰러운 마음에 같이 고통스러웠다. 특히 퇴원했던 환자가 재입원을 해 다시 케어를 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런 여린 마음을 지닌 연아씨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소망을 지니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여주, 강화 등을 찾아 농촌 일을 돕거나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는 등 농촌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가정에 치중하느라 다시 봉사를 할 기회를 찾지 못해 아쉬웠다고.

 

현재 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연아씨는 이용자와 활동보조인간 소통이 잘 안될 때 자신의 중재로 문제가 해결되면 보람을 느낀다. 또 연아씨가 오기 전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던 '이용자들을 위한 점심식사 대접 시간'이 만들어졌으며, 10명정도 되는 이용자들이 연아씨가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먹으며 환호성을 지를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충무로에서 태어나 50년 이상 중구에 거주했다는 연아씨는 중구를 굉장히 '서민스러운' 곳으로 평가한다.

"중구는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어렵고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소외계층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더욱 절실하죠."

 

연아씨는 중구가 이러한 소외계층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룏명품 도시룑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만리동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 정순향(30)씨와 오는 5월 제대를 앞둔 아들 윤준(23)씨와 함께 살고 있는 연아씨. 앞으로도 계속 장애인과 노인을 도울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는 연아씨는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기를 꿈꾼다.

"할 수 있는 날까지 계속 주변의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 그거 하나면 됩니다."

 

※중구민들이 모두 칭찬받는 그날까지 중구자치신문의 칭찬릴레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