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는 종로와 함께 사대문안중에서도 중심에 위치해 있어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역사의 보고다.
조선왕조 500년 이전과 이후, 일제 강점기등 잊혀진 우리의 고유의 전통과 문화, 생활상을 이제는 생생하게 발굴하고 보전해야 한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째다. 국치 이후 이 땅에선 식민과 분단, 군부독재와 산업화, 민주화의 물결이 이어지면서 우리 생활상도 몰라보게 바뀌었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가 사라졌거나 사장됐으며 참고자료 조차도 찾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속에 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일부에서나마 중구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구문화재단에서는 3개월 동안 중구문화강좌를 마련, 중구의 역사굛인물굛민속굛문화재 등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문제들과 일상의 경험들을 문화 인문학적 사적의 길을 따라 고찰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고 한다.
'역사와 문화로 본 중구이야기'라는 테마로 문화강좌를 마련한 것은 처음있는 일로 전문가를 위한 어려운 강좌가 아닌 우리 구민을 위해 쉽고 재밌게 준비한 강좌로 중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리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사편찬위원회에서는 사대문 안 기억등을 주제별로 엮은 '서울역사 구술 자료집'인 '서울토박이의 사대문 안 기억' 발간했다고 한다.
중구등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 토박이'들의 기억과 경험을 그들의 이야기로 풀어내, 평범한 시민들이 개인의 삶 속에서 직접 겪은 생생한 중구와 서울의 역사를 발굴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서울역사 구술 자료집'은 중구와 서울 토박이 16명이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사대문 안에서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과 기억을 수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사대문 안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70여 개 주제별로 토박이들이 경험한 서울과 시대상의 변화를 수록했다.
특히 사료나 기록에도 없거나 있지만 흔적만 있는 생생한 자료들을 토박이들의 기억을 통해 정리했다는 점에서 사료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
토박이들은 전차를 '냉냉이'라 불렀으며, 진고개에서는 집뺏기 놀이를 했고, 명동의 길목 길목을 추억하는 등 일제강점기부터의 서울의 경관과 시민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토박이들은 해방 후 사상적 대립으로 인한 갈등, 빠른 도시화 과정 속에서의 일어난 세태 변화 등도 전해 주고 있다.
이 같이 우리의 세심한 노력이 역사를 바로세우고 소중한 문화를 보전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정리해서 후대에 전해야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네 몫이 아닐까. 특히 기록은 없지만 실제 존재했거나 구전으로 전해지는 내용도 상세하게 기록해서 보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