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고영화씨

장애인 하교 돕는 ‘인간 호롱불’

어느 캄캄한 밤,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는데 눈 먼 봉사가 호롱불을 들고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까닭을 묻자, 봉사는 “이렇게 해야 다른 사람이 나와 부딪히지 않고 무사히 비켜갈 수 있지 않겠소.”라고 대답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유명한 일화다.

 

 부천시에 거주하고 있는 고영화(42)씨는 현재 중구길벗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본지 242호 칭찬 주인공 권순진씨는 장애아인 둘째아들 용재의 하교를 도와주는 고씨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대해 고씨는 손사래를 친다.

 

 “센터에서 용재를 소개해 줬기 때문에 시작한 거지, 특별히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어요.”

 

 하지만 몇 년 전 개인 사정으로 센터 일을 그만둔 뒤, 인사차 센터를 다시 방문했을 때 용재의 하교를 도와줄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용재를 돕기 시작했다고.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다는 고씨는 우연히 길을 가다가 모집 광고를 보고 주저 없이 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 저편에서 들리는 어눌한 말투에 처음에는 당황했다고 한다. 센터에 찾아가보니 지체·시각 등의 장애인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이들과 함께 김성은 소장을 만나고 나서 센터에서 활동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50여명 정도 되는데, 간담회에서 만나 서로 어려운 점들을 털어놓고 얘기하다보면 다들 열심히 일하시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계시다는 걸 알게 돼 감동을 받아요.”

 

 고씨는 92년도부터 2년간 미국생활을 하면서 노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누리던 복지생활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복지는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려면 멀었어요. 특히 시설들이 부족해서 장애인 및 사회적 약자들이 문화 활동 등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있죠.”

 

 사회복지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하는 고씨의 말에서 그동안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세월이 흐르고 점차 바빠지는 현대 사회는 남들보다 좀 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행동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에나 사회적 약자는 존재하고 이들은 타인의 도움이 절실하기에 고씨와 같은 적극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인격적으로 좀 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중구민들이 모두 칭찬받는 그날까지 중구자치신문의 칭찬릴레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