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뽀 / '묻지마 바캉스팅'

음주ㆍ혼숙 청소년 탈선주범

본지는 7월16일 굿데이신문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상호 모든 컨텐츠를 공유키로 함에 따라 시사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는 '현장르뽀’를 게재, 중구자치신문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감각적이며 쇼킹한 뉴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채팅사이트 통해 은밀히 모집

해수욕장등서 성관계등 빈발

 

 '숙식 일체 제공 시기 조정 가능' 구인광고는 분명한데 찾는 사람은 '순이'나 '영자'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여름 휴가에 동행할 파트너를 찾는 문구다. 지금 인터넷의 미팅채팅 사이트에는 휴가 파트너를 구하는 구인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름하여 '묻지마 바캉스팅' 이 희안한 미팅은 음주와 혼숙 심지어 낙태에까지 이르는 여름철 청소년 탈선의 주범이 되고 있다.

 

 중ㆍ고등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H 채팅사이트 등에는 지난달 초부터 '놀러가자'는 게시판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성인들보다 대담하고 자극적이었다. "나랑 바닷가에서 뒹굴 사람∼" "맘맞으면 섹두 하구" 등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말들도 있었다. 주로 남학생들이 장소나 경비를 제공하고, 여학생들은 몸치장에 신경을 쓴다.

 

 파트너를 맞추기에 앞서 필수적인 절차가 바로 사진교환. "사진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거절해도 된다"는 쿨한 내용도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이 제시하는 일정은 대부분 1박2일, 그리고 대천해수욕장 등 접근이 비교적 쉬운 중부권의 대형 해수욕장을 선호했다.

 

 실제로 지난 30일 오후, 충남 대천해수욕장은 피서나온 청소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서해안의 대표적 피서지인 이곳은 해운대ㆍ경포대 등 다른 대형 해수욕장에 비해 저렴한 민박집이 많고 기차역이 가까워 청소년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특히 이날은 인기가수들이 출연한 모 케이블TV의 쇼프로그램 녹화에다 불꽃축제까지 열려 청소년 피서객들의 분위기는 들뜰 대로 들떠 있었다. 오후 11시, 민박집이 모여 있는 구광장 주변에는 앳된 얼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시간은 방을 다 채우지 못한 호객꾼들의 손짓이 절정을 이루는 시간이다. 자정이 되면 방값이 내려갈 뿐 아니라 해변가에서 그대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거리에 나와 호객 중인 한 민박집의 종업원에게 "남녀 고등학생 4명이 있는데 방 1개를 줄 수 있느냐"고 묻자 "괜찮다. 다 준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럼 미성년자 혼숙인데 경찰에 신고해도 되느냐"고 말하자 얼른 말을 바꾸며 "말도 안된다. 남녀 학생을 따로 재우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자정이 넘자 백사장 여기저기에는 질펀한 술판이 하나둘 벌어졌다. 여학생들과 어울린 채 잔뜩 취한 한 남학생은 기자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자 "왜 우리를 찍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밤바다를 찍었다"고 둘러대자 "우리 사진이 공개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해변가에서 야광목걸이를 파는 한 상인은 "새벽 3∼4시가 되면 남녀 학생들이 술을 마시며 탈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을 하는 예는 드물다. 관할서인 신흑파출소의 한 경찰은 "미성년자 혼숙을 막으려면 상인들의 협조가 절대적이지만 외지인들이 여름에만 임대해 장사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서철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여름경찰서의 경찰 역시 "파출소와 연계해서 각종 방범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미성년자들이 너무 많아 혼숙이나 주류 구입을 일일이 단속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청소년들이 재미삼아 벌이는 '바캉스팅'은 대부분 재미로 끝나지 않는다. 처음 보는 남녀 학생이 들뜬 마음으로 피서를 떠나게 되면 나머지 결과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각자 파트너를 정하게 되고 결국 성관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국의 산부인과에는 해마다 11∼12월이 되면 부모 몰래 낙태수술을 하려는 여학생들이 줄을 잇는다. 이들의 대부분은 피서지에서 순결을 상실하고 임신을 한 학생들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피서지에서 벌이고 있는 청소년 캠페인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패추방 시민단체인 '활빈단'(단장 홍정식)은 지난달부터 전국의 유명 해수욕장에서 '청소년 순결 지킴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가 100여명의 10∼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자체조사한 결과 65%가 '순결 상실 장소'를 여름철 피서지로 꼽았다.

 

 이 단체는 캠페인을 통해 "여학생의 부모는 피서지의 이성친구 동행 여부를 반드시 살피고 각별한 주의를 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도 여름휴가는 황금과 같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맘을 추스르고 싶은 마음은 어른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하룻밤 추억이 자칫 일생의 악몽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모들의 애정어린 '감시'는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굿데이 신문 심정미 기자 simstar@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