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김 용 선 황학동 효실천협의회장

효도통장으로 경로당 지원 ‘화제’

"진정한 효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마음의 고향은 부모님의 품과 같은 곳이다. 지치고 어려움에 빠졌을 때,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을 때 유일하게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이상향이다.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그리움이 가슴 속 깊이 사무쳐 오는 곳, 마음의 고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활동을 펼치는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김용선 황학동 효실천협의회장.

 

 그는 황학동을 향한 관심 그리고 정성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며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올해 우리 나이로 예순입니다. 5~6년 있으면 경로당에 갈 나이죠. 그때가 오기 전, 제가 어르신들께 대접할 수 있을 때 마땅한 예를 갖추자는 것입니다. 별다른 뜻은 전혀 없어요. 그저 어르신들께서 마음이 편안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겸손한 이야기를 나직이 읊조리듯 전했지만,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선행이다. 지난 21일 황학동 경로잔치에서 황중·황학·롯데캐슬·롯데캐슬SH 4개 경로당에 ‘효도통장’을 만들어 50만원씩 200만원을 전달해 지역사회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지난해 야유회 때에도 4개 경로당에 50만원씩 2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한 번에 그치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길 바라지 않았어요. 지속적으로 여러분들이 동참할 수 있는 기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효도통장’을 만들게 됐습니다.”

 

 ‘효도통장’은 각 경로당 회장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그 통장에 김 회장이 입금하고 각 경로당에 전달하는 것이다. 김 회장의 소박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통장에 독지가들이 동참한다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학동은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21살에 상경해 황학동 지금의 중앙시장에서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고생인가 싶기도 하지만 참 열심히 생활하며, 황학동에서 아들 딸 3남매를 가르치고 키웠어요.”

 

 김용선 회장이 40년 가까이 품은 ‘황학동 사랑’에 대한 이유다. 그는 황학동 재래시장에서 70년대 초부터 주방기구 판매업에 종사해 지난 2002년쯤부터 2005년까지 4년 정도 황학동 주방기구상인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황학동의 좋은 사람들이 자꾸 떠오르곤 한다”고 미소를 머금고 “틈날 때마다 황학동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지역과 이웃에 대한 애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2007년 3월 서초동으로 일터를 옮겨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직원 대부분이 20·30대인 기업 최고 경영자로서, 20·30대 아들 딸을 둔 가장으로서 김 회장은 “건강해야 가정이 화목하고, 가정이 안정돼야 사업과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독려하며 젊은 세대에게 역시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광운대 경영대학원을 지난 95년 수료한 그는 광운대 학생들을 위해 1천200만원과 6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선행을 베풀기도 했다.

 

 전체 인구의 12%에 가까운 만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을 가진 중구가 전국 최초로 ‘효특구’로 지정됐다. 이 토양의 중구에서 과거의 색채가 아직 완연한 황학동. 이 지역의 효실천협의회장을 지난해부터 맡은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효’는 어떤 것일까.

 

 “어르신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효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우러나와 효를 실천해야죠.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황학동 효실천협의회의 위원을 확대해 효문화 활성화를 모색하고, 경로당을 위한 성금 모금 캠페인도 구상하고 있는 등 김용선 회장의 ‘황학동 사랑’은 이미 내년 계획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