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김 용 호 호공클럽 회장, (주)영흥레저 대표이사

을지로 소나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하지 않고 사계절 푸른 모습으로 다정하게 서있는 을지로 가로수 소나무.

 

 예로부터 소나무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처럼 순하고 정직하며 변하지 않아 1만원권 지폐에도 2그루의 소나무가 그려져 있고, 애국가에도 소나무 가사가 들어가 있는 등 동양화 그림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우선 남동 운보선생의 소나무 그림은 활기있고 희망차며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러한 소나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구의 가로수로 수놓아 바람이 스쳐 가면 잎만 가만히 춤추는 모습은 학이 날개를 펴는 모습과 같이 고고하고 희망을 가득히, 기쁨을 너그럽게 보내주는 모습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소나무를 중구의 공간에 많이 심어 놓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을지로의 소나무 옆을 지날 때마다 내 마음을 멈추게 한다.

 

 필자가 1997년 영국 오스퍼드대학 연수생으로 가 있을 때 교수와 함께 런던 한복판 공원을 산책한 일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축구운동장 수십 배 크기에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은 수십만 평이 온통 잔디로 덮여 있어서 교수님께 물어 보았다.

 

 한국 같으면 아파트로 개발해서 개발이익이 엄청날 텐데 왜 평지에 잔디를 입혀서 그대로 두느냐고 물으니 놀랍게도 교수님의 답변은 정반대였다. 후진국의 정책은 자연을 훼손해서 개발을 많이 하지만 영국의 개발 입안자들은 먼저 환경, 국민건강, 그리고 먼 훗날 우리 후손에게 득이 많을 것인가, 피해가 없을 것인가를 회의를 통해서 토론하고 논의해서 결정한 결과 자손만대 런던시민이 평화롭고 즐거운 산책 명소가 될 수 있도록 그대로 둔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잔디 1평이 런던시민 3명에게 신선한 산소, 공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필자가 교수님께 질문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가 하고 깊이 후회했다.

 

 며칠 후 또 다른 공원을 갔는데 역시 푸른 잔디의 공원이었다. 그 공원 옆에는 찰스 황태자가 다이애나와 이혼하면서 다이애나에게 선물했다는 큰 저택이 있었다. 그 저택은 영화관, 수영장이 딸린 학교 같은 높이 3층의 큰 건물이었다.

 

 나는 그 건물 주위에 2그루의 소나무가 있었으면 얼마나 훌륭한 정원이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앞으로 을지로의 소나무를 본받아 많은 시나 구에서 소나무를 가로수로 활용해 푸른 도시로 가꾸었으면 한다.

 더욱이 가을에 나뭇잎 쓸고 꽃가루 날려 시민의 건강에도 안좋은 가로수를 소나무로 대체하면 얼마나 기쁠까.

 

 더욱이 잔디와 같이 1그루의 소나무가 약 15명 정도 서울시민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미세한 공해먼지는 소나무 잎이 분해시키며, 잎에 묻은 먼지는 비가 오면 씻겨 내리는 등 우리 중구민이 국가적인 사업으로 계승, 발전시켜 자손만대에 희망과 건강을 주는 소나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