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최 진 환 회현동 주민생활지원팀장

“공무원은 ‘친절’이 최고의 덕목이죠”

눈이 참 맑다. 비가 세차게 쏟아질 때, 혹은 눈발이 마구 날리며 온 세상을 뒤덮을 때 회현동에 가면 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환 회현동 주민센터 주민생활지원팀장.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회현동 어딘가에선 최 팀장이 항상 활동하고 있다. ‘맑은 눈을 가진 회현동 지킴이’ 최진환 팀장을 만났다.

 

 최 팀장은 주민생활지원담당으로서 회현동 쪽방 등에 거주하는 영세민 등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회현동 주민들은 무슨 일이든 최 팀장부터 찾는다.

 

 “새벽 2죿3시에도 전화가 걸려 와요. 화재나 도난 사건, 교통사고가 나면 먼저 저한테 전화하세요. 그러면 제가 안내를 해드리거나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합니다.”

 

 위급한 일이 생기면 머릿속이 하얘지기 마련이다. 마음은 급한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바로 최 팀장인 것이다.

 

 “주민을 형제같이 여기고 친근하게 어울려요. 이곳에 워낙 오래 있다보니 주민들께서 가족같이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회현동은 경사를 이룬 지형이 많아서 눈이나 비가 오면 위험천만한 곳이다. 최 팀장은 비가 오면 오토바이를 타고 경사진 회현동 골목골목을 누빈다. 악취를 막기 위해 주변 음식점 등에서 씌워 놓은 하수구 덮개를 일일이 걷어낸다. 그래야 배수가 원활해져 수해를 막을 수 있다. 눈이 올 때 주민센터 직원들과 함께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일 역시 최 팀장이 앞장선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고 싶었어요. 얼굴이 안 보이게 머리를 다 감싸는 모자를 쓰고 일하는데도 다 알아보시더군요.”

 

 눈비 속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경사진 골목을 달리면 위험할 법도 한데 “아직 사고 난 적은 없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솔선수범이다 보니 주민들이 최 팀장을 각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공무원이 된 이후 장충동 황학동 중구청 등에서도 근무를 했지만 회현동 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결국 회현동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요즈음 주민들을 위해 국선도를 무료지도하고 있다. 회현동 주민센터에서 ‘국선도 단전호흡 직장인반’ 강사로 매일 오후 6시 10분부터 1시간 정도 지도한다.

 

 “회현동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제가 97년부터 해 온 국선도를 주민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범 자격증을 취득하고 무료로 지도하고 있어요. 몸이 아프던 분들이 많이 좋아졌다고 반기세요. 제가 경락 마사지도 해 드리고 있어요,”

 

 모범적인 공무원 최진환 팀장은 ‘친절’을 공무원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꼽았다.

 

 “민원 해결을 위해 주민센터에 오면 서먹서먹할 거예요. 공무원이 웃는 낯으로 반기면 일도 더 잘 해결되는 것 같아요. 일뿐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정년이 이제 딱 5년 남았다. 최진환 팀장은 “퇴직하기 전에 아이들이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말하기도 했지만 그 속에는 자신들의 길을 독립적으로 가는 딸과 아들에 대한 신뢰가 들어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도 “그 분”이라는 존칭을 사용한다. 부인 박점순 씨도 최 팀장처럼 주민들을 위해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눈은 마음의 창, 첫 대면에서는 맑은 눈이 보였고, 인터뷰가 끝날 때는 이 시대의 진정한 공무원상임을 알 수 있었다.

 “남은 공직생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이제까지 해 왔던 것처럼 회현동 주민들과 함께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