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민주화의 상징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서거함에 따라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축소됐다.
다행히 장례절차가 국장으로 결정되면서 9일장을 유족과 협의해 6일장으로 축소하면서 24일 영화제 개막을 늦추지 않아도 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전개됐다.
영화제를 하루 앞둔 23일 일요일 영결식에는 세계 조문단이 대거 방한해 고인을 추모했으며, 북한 조문단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하는 등 사후에도 남북평화와 화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수년간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반독재 투쟁에 헌신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그분의 삶 자체가 '인동초'였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산 역사였다. 19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그런 그가 서거하자 중구에서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이은 대책회의에서 레드카펫 대신 블랙카펫으로 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사이버 공간인 다음 아고라 등에서 공론화돼 기발한 생각이다. 블랙카펫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추모·평화의 상징색인 그린카펫도 좋겠다는 반응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충무로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4일 개막식에 레드카펫 대신 그린카펫을 깔고 행사를 진행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국제행사의 의미도 살리자는 취지로 레드카펫 대신 블랙카펫으로 하자는 의견에 1천500명이 넘는 누리꾼이 찬성했다”며 “그러나 검정색은 외국인들이 꺼리는 색깔이어서 추모와 평화를 상징하는 녹색카펫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당초 60m 규모로 예정돼 있던 레드카펫 행사장 길이는 축소한 반면, 약 15m 규모로 그린카펫을 깔았다.
대중문화의 발전과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몸 바친 고인의 인동초적 삶을 생각해 보면 축소할 것이 아니라 그린카펫을 통해 축제의 장이면서 추모적 분위를 돌출하는 것도 의미있는 영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영화제 개막일이 국장이 끝난 다음날이라 부담은 없지않지만 어차피 레드 대신 그린카펫으로 변경한만큼 영화배우나 연예인들이 참석해도 무난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린카펫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로 충무로 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외국의 눈에 그린카펫이 어떻게 비치느냐에 따라 충무로 영화제를 세계 영화시장을 선도하는데 선구자적 역할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