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인터뷰 / 김 장 환 전 명동상가번영회장

명동예술극장 복원 이끈 명동의 히어로

“옛 국립극장 복원은 명동의 부활이자

문화예술의 새로운 르네상스 예고 의미"

  명동 옛 국립극장이 34년만에 ‘명동예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5일 개관되는 데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27년 동안 명동상가번영회를 이끌어 온 김장환 전 회장(79)이다. 평생을 명동발전을 위해 온몸을 던져온 그는 “명동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 만큼 명동을 사랑했고 명동 발전을 위해 고뇌도 많이 했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로 열린 명동축제였고 옛 국립극장 복원이었다고 한다. 명동 상인들은 물론 원로연극인들도 그가 없었다면 명동예술극장 복원은 불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데모가 극성을 부리던 80년대 초 중구의회 초대의원을 역임하면서 당시 이문식 의장등과 함께 명동을 ‘평화의 거리’로 선포하기도 했다. 명동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 전 회장은 82년부터 명동상가번영회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한일관·우래옥·삼오정과 함께 서울의 4대 대형 음식점으로 손꼽히던 ‘이학’이라는 한식집을 68년부터 운영했다. 하지만 명동은 상업위주의 장소로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문화와 패션이 공존하는 상가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명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90년대 초, 명동 옛 국립극장의 소유주인 대한종합금융에서 기존의 건물을 헐고 10층짜리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렇게 국립극장이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95년 연극인·문인 등 70여 명과 함께 ‘명동 옛 국립극장 되찾기 운동’ 발기모임을 갖고 옛 국립극장 보존을 청원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와 정부, 국회등에 제출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96년3월 연극협회와 공동으로 청와대등 관계부처에 대한종합금융 신사옥 건립계획 철회를 위한 건의문을 제출해 여론을 환기시켰다.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보내온 답변은 “구 국립극장은 패션과 역사적 측면에서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바람직 하지만 IMF등 외환위기로 인해 장기과제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혀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99년에는 당시 건설교통부가 명동 옛 국립극장 건물을 근대 건축물로 지정해 특별관리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안전장치를 마련하게 되는 행운도 따랐다.

 

 그 당시 중구청이 세종경영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관광부에 관광특구지정을 신청하고, 2003년3월27일 문화관광부가 명동, 남대문시장, 북창동 지역을 관광특구로 지정했다.

 

 2006년6월 국회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키로 하고 명동거리에서 1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3월12일 한국관광공사 강당에서 명동 옛 국립극장 복원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으며, 이 여세를 몰아 연예인들을 제외한 명동 옛 국립극장 되살리기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여기에 맨 처음 서명한 사람은 명동성당 김수환 추기경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송월주 스님이 서명을 함으로써 김재기 관광협회장,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 도영심 한국방문의해 위원장, 김장환 회장, 김용준 헌법재판소장등 각계인사 300여명이 적극 동참함에 따라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어렵사리 문화부와 예산처를 설득해 건물 매입에 400억원을 쓰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감정가는 예상가의 2배가 넘는 840억원이 나왔다.

 

 김 회장은 양동작전을 펼쳤다. 우선경매 입찰을 관장하던 법원을 찾아가 “입찰을 명동극장 현장에서 실시하고, 유찰하면 재입찰을 최대한 짧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엔 40여곳이나 되는 명동 부동산 중개업자들을 설득했다.

 

 김 회장은 “그걸 사면 망한다”라는 역정보를 흘렸다고 회고 했다. 마침내 8회 유찰 끝에 2003년12월5일 문화관광부는 명동 옛 국립극장에 대한 매매계약서를 395억원에 계약을 했다. 집념과 끈기로 결국 국립극장 복원을 성사시킨 것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잊지 못할 일화도 소개했다.

 

 민주평통 서울시협의회장 시절, 김민하 민주평통 수석 부회장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을 독대했다. 그 자리에서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과거 민주당 장면 박사가 저격당했던 명동 국립극장이 문화예술인들의 산실인 만큼 보존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대통령도 혼쾌히 공감대를 피력했다고 한다. 이후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90년대 후반, 당시 고건 서울시장을 찾아가 “서울시에서 명동 옛 국립극장을 매입해 달라”고 청원한뒤 명동 YWCA 소극장 개관식에서 서울시 고위층으로부터 “서울시에서 내년에 예산 500억원을 책정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었다고 한다. 너무 기쁜 나머지 주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며칠 뒤, 소식을 전해준 고위 인사로부터 “왜 발설하고 다녔느냐”는 책망을 받았다고 한다. 예총 관계자가 시장을 방문해 “명동 국립극장 되찾는 데 쓸 예산이 있으면 중단된 예총회관을 건립해달라”고 항의하면서 복원이 요원해지는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옛 국립극장을 복원해 문화예술극장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은 생애에서 가장 잊지 못할 큰 사건이었다”면서 “정대철 대표, 남궁진 장관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중에서 정동일 구청장이 CEO구청장답게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훌륭한 예술극장으로 재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명동예술극장과 낭만명동'이라는 백서를 발행한 것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개관을 앞둔 상황에서도 명동에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5월4일, 은행연합회 식당에서 정동일 구청장, 명동성당 주임신부, 중부경찰서장, 남대문세무서장, 외환은행장등과 함께 오찬을 하면서 오후에는 유휴주차공간을 활용키로 의견을 모으고 극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는 저렴하게 제공키로 합의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회장은 “옛 국립극장의 복원은 명동의 부활이자 명동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예고하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역사적 정통성을 바탕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명동의 새로운 문화예술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