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 제도는 시장경제 논리에 지배되지 않는 이른바 ‘시장의 실패’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여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고 소득의 불평등 해소를 통해 형평성을 제고해 궁극적인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이러한 사회보장 제도 중 건강보험을 비롯한 ‘의료보장’ 영역은 특히 의료의 공공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이와 맥을 같이한다.
정부는 지난 2005년 5월 의료서비스 육성을 위한 주요 검토과제를 통하여 ‘영리 의료법인’과 ‘민간 의료보험’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긍정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선진 의료기술의 도입으로 국내 의료기술의 발전과 기존 병·의원과의 경쟁체제를 유도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해외로 유출되는 진료비용을 국내로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료시장 개방이 사회보장의 근간인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왜곡시키고 ‘의료 이용의 양극화’를 조장하여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은 고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호화스러운 의료서비스 내지 고급병원에서의 진료를 선호하게 되고 공적보험 체계에서 이탈하게 될 것이다. 부자들은 고급 영리병원을, 중산층 이하 서민은 건강보험지정 요양기관으로 분리될 것이 자명하므로 의료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계층간의 위화감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본다.
영리추구를 위한 의료기관들의 상업화 내지 고급화 ‘마케팅’ 경쟁은 전체 국민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며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에 기반을 둔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떨어져 중산층 이하 다수 국민은 상대적 불만 내지 박탈감을 호소하여 사회불안을 야기 시킬 것이다.
의료시장 개방은 단순히 영리병원과 민영의료보험만의 문제가 아니고 거시적으로 사회보장의 한 축인 공적보험과의 상관관계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건강을 지키고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공적보험의 재정을 건실히 하여 보장성을 확대하는 등 국민건강 재원에 대한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3년 전에 보장성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당시 61% 수준인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인 70% 이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사회안전망’ 역할에 비중을 두고 보험급여 확대를 통한 공적보장성 강화 정책에 역점을 두었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소요되는 보험재정의 안정적 확보인데 인구의 고령화등 진료비용의 자연증가 요인 발생 및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국민의 양질의 의료욕구와 사회적 중산층이 빈약한 현실로 비추어 볼 때 보장성 강화는 공감하지만 이에 필요한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장성 확대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친 재원조달 방식을 통하여 건강보험료 부담의 적정성 및 정부의 재정지원의 점진적 확대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장성 확대와 더불어 건강한 국민생활을 위한 ‘Green Health' 등 사회적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국민을 위한 건강한 환경조성과 아울러 필요한 건강지식을 상시 제공하고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부족, 흡연, 음주문화 등으로 저하된 국민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지역 단위별 건강증진센터 운영을 확대하고 전문의와 필요한 보조 인력을 충원하여 국민에게 다가가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여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필요한 재원조달의 중요한 축인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식하여 ‘반대를 위한 반대’ 자세를 지양하고 진정한 건강보험의 주인으로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만 우리나라 의료복지의 초석이 다져지지 아니할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