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회 탐방 / 남산 색소폰동호회

색소폰 매력에 푹빠진 로맨스그레이

 

◇자선공연을 선보이는 남산 동호회 회원들.

 

회원들 음악봉사로 사회 환원 공통 목표

기업체 CEO, 고위공직자등 각계각층 구성

 

 색소폰의 고독한 듯 여심을 흔드는 강한 음색은 뭇 남성들이 한번쯤은 꿈꿔 본 로망이 아닐까. 여기 색소폰의 매력에 푹 빠져 청년 못지않은 열정과 매력을 뿜어내는 로맨스 그레이들이 있다. 약수사거리에 위치한 ‘우리들 안경원’ 건물 4층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색소폰 소리가 흘러나온다.

 

 남산 색소폰동호회(회장 고기현) 회원들이 이날만큼은 넥타이를 풀고, 작업복을 벗어던지고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소리다.

 

 강습을 받던 회원들이 뜻을 모아 금년 4월 말에 결성한 남산 색소폰 동호회는 3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영 기업체, 금융업등에 몸을 담은 CE0, 고위 공직자부터 자영업자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문인 손정우 작사ㆍ작곡가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그룹 별 셋의 멤버.

 

 지난 9월 20일 신당2동 동사무소에서 자선 연주회를 가질 때 남산 색소폰동호회를 눈여겨 본 정동일 중구청장과 정진태 신당2동장도 곧바로 가입했다.

 

 색소폰 동호회의 결성을 이끈 고기현 회장은 "중구는 문화적 풍요를 중시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사회적 지위가 안정된 40~50대 남성들도 문화적 욕구가 강해 오히려 그동안 색소폰 동호회가 없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있었던 고 회장은 "집안의 반대와 현실에 부딪쳐 음악을 할 수 없었던 것이 한이 됐고 이대로는 억울할 것 같아 색소폰을 들었다"며 "하모니카, 피아노, 통기타등 많은 악기들을 다룬 경험이 약이 됐는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강사가 '더 이상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웃음이 났다"고 말했다.

 

 청운의 꿈을 내보이며 뒤늦게 시작한 만큼 회원들은 꾸준한 연습으로 실력을 쌓고 있다.

 

 매주 월요일 모이면서도 셋째 주 월요일에는 합주를,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독주를 하며 서로의 실력을 점검한다. 올드 팝, 가곡, 클래식, 대중 가요등 장르를 분별하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회원은 고 회장에게 소정의 수강료를 내고 레슨을 받는다.

 

 조성구 총무는 “처음에 시작할 때만 해도 악보를 읽지 못하는 왕초보였지만 이제는 웬만한 곡은 어려움 없이 연주할 수 있을 정도”라며 “입문 9개월 정도 되면 더 이상 배우지 않고 독습만으로 자신의 음색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련했던 꿈을 접어두고 생계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린 회원들은 이제 삶의 특별한 활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정진태 신당2동장은 “건전한 취미를 통한 문화적 여유를 누리고 싶어 입회했지만 각자의 인생이 모여 화음을 이루다 보니 색소폰에서는 사람 사는 소리도 나오더라”며 “이 같은 음악 바이러스가 전파돼야한다”고 미소 지었다.

 

 음악에 대한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회원들은 음악봉사를 통한 사회 환원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고 회장은 "내년부터 정기 음악회는 물론 장애우들을 위한 자선공연을 갖고 3호선 약수역 근처에서 정기적인 거리공연을 가져 약수거리문화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회원들은 지난10월 배드민턴 동호회인 화승클럽 회원들 간의 결혼식에서 색소폰으로 축가와 결혼식 연주를 협조하는 등 봉사활동과 초청행사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남산 색소폰 동호회는 음악에 문외한이어도 색소폰의 매력을 찾는 이들의 입회를 기다리고 있다.

 

 고 회장은 "건전한 문화를 통해 삶의 활력을 도모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남산 색소폰 동호회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