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대통령상 수상한 김미나 명창

임방울 국악제서 판소리 명창부 대상

이 시대 최고 명창되고 싶다" 포부 밝혀

42년 외길인생, 중구서 제자 양성하고파

 

 42년 외길 소리인생을 살아온 김미나 명창(장충동).

 사또 앞에서 인권을 논했던 성춘향의 기개를 닮은 그녀가 지난달 24일 제16회 임방울 국악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전체 대상인 대통령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아 어깨가 무겁지만 이 상을 계기로 꿈을 향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며 "임방울 국악제 대상 수상자로서 이 시대 최고의 명창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국악제는 예년과는 달리 예선과 본선의 심사위원이 다르고 실력 있는 국악인들의 무대가 펼쳐져 ‘별들의 잔치’를 방불케 하는 등 대회 규모가 대폭 향상됐다고 한다. 그 가운데 대통령상을 차지한 김 명창은 국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실력파로 알려졌다.

 

 김 명창은 동편제 소리의 터전인 남원 출신이다. 전통 예인을 많이 배출한 남원의 소리를 물려받은 탓인지 타고난 목소리를 가져 중간에 목이 쉬거나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김 명창의 재능을 알아 본 모친이 김씨를 국악의 길에 접어들게 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몸으로 생선가게를 꾸리며 3남2녀를 키워 온 모친은 김씨에게 특히 많은 정성을 쏟았다. 모두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만만치 않은 수업료를 감당하는등 모친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김 명창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소리에 입문한 뒤 국악계 프리마돈나로 불리는 안숙선, 이일주 명창과 동편제 판소리의 명인이자 국악계의 큰 산맥이었던 강도근 명창(판소리 인간문화재, 94년 작고)을 사사 받으며 일찌감치 소릿꾼으로서의 기초를 닦아나갔다.

 

 "국창급 명창들에게 전수받은 것은 스승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그는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매일 3~4시간씩 연습은 기본이며 완창무대를 앞두고는 하루 5~6시간씩 연습한다.

 

 하루라도 안하면 시쳇말로 입에 가시가 돋히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소리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2년을 연이어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했으며 금년 3월에는 국립 국악원에서 적벽가를 완창했다. 내년에는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완창 무대를 준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는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14년째 재직 중에 있으며 단국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내년에는 국문과로 전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판소리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라는 그는 "이제는 이론공부에도 충실해야 하고, 구전음악인 판소리의 뿌리와 연원을 찾아 소리의 세계를 좀더 넓고 깊게 다져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간성, 지성, 문학이론, 실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 명창은 최근 장충동2가에 소재한 대학문화원 6층에 연습실 겸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는 "서울의 중심인 중구에서 뿌리를 내리고 최고의 명창이 되기 위한 준비와 함께 제자를 양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집안의 대소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오로지 소리에만 매달리는 김 명창에게 남편과 시부모님은 가장 큰 조력자다.

 

 "항상 아무 말 없이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남편과 가정을 돌봐주는 시부모님은 소중한 존재"라고.

 김 명창의 소리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은 팬클럽까지 만들어 매니저 역할도 자청한다.

 

 꼼꼼히 모니터를 하고, 동작과 시선 방향을 지적해주기도 한다는 것. 김 명창은 "소리의 스승은 따로 있지만 무대 위 스승은 내 소리를 사랑해주는 팬들"이라고.

 

 "노력에 따라 다르지만 물, 불, 땅, 바람등 삼라만상 자연의 소리를 섭렵해야 한 가지 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소리란 뼈를 깎는 노력을 수반해야 가능하다"는 김 명창은 "소리가 인생의 목적이자 삶, 그 자체"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