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백수연(99세) 치른 조 정 형 옹

“가족 화목이 국가의 화목” 강조

항공사상 최초 백수에 호주여행 기록도

 

 "하나님 아버지, 원하옵건데 우리식구 모두에게 은총을 베풀어주셔서 건강하고 씩씩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각자가 하고 있는 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올해 99세를 맞이해 백수연(白壽宴)을 지낸 조정형 옹의 아침기도다.

 

 지난 6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백수연에는 슬하에 6남매의 자녀와 며느리를 비롯해 무려 50여명이 되는 손자 손녀들과 350여명이 넘는 많은 하객들이 찾아와 조 옹을 축원했다.

 

 매일 아침 6시, 일과처럼 경건한 아침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조옹의 하루는 매우 규칙적이다. 세끼 식사는 꼭 정해진 시간에 검소하게 소식을 한다. 또한 날이 너무 덥지만 않으면 매일같이 아침운동으로 매봉산 일대를 산책하는 한편 목욕을 하면서 4~5동작을 반복하며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건강을 챙긴다고. 돋보기가 없어도 신문과 성경을 거뜬히 읽는다는 그는 실제로 99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하다.

 

 올해 초 장남의 초청으로 호주를 방문했는데 99세의 연세에 호주까지 10시간이나 탑승을 한 사람은 우리나라 항공사 탑승객 중에서도 최초였다고 한다.

 

 또한 지난 7일 제주도로 2박3일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젊은이들도 힘들어 뒤처지는 여행일정을 조옹은 360m의 구비구비 이어지는 동굴등을 비롯해 제주도의 명소 곳곳을 빠지지 않고 방문하며 체력을 과시했다고.

 

25년간 한결같은 정성으로 조옹을 봉양하는 효부인 넷째 며느리 하혜옥씨는 "젊은 내가 감기등 잔병치레로 고생을 하면 오히려 아버님이 '젊은 애가 왜 이렇게 비실비실 하냐'고 농담을 해 부끄럽기도 하고 새삼 아버님의 자기관리에 놀라기도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러한 조 어르신에게도 젊은 시절 두 번의 위험한 고비가 있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전쟁으로 혼란한 시기에 그는 근무차 일본에 가게 됐는데 한국으로 가려고 보니 표가 없어 결국 타려던 배를 놓쳐, 마음 좋은 일본인의 도움으로 표를 얻어 다음 배를 타게 됐는데 가는 도중 자신이 타고 가려던 배가 어뢰로 폭파돼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일화로 북청이라는 곳에서 한국으로 오려는데 그곳의 어시장 조합장이 한국의 상황을 알려달라며 한사코 하룻밤을 묵게 해 다음날 기차로 한국에 가게 됐는데 자신이 원래 타려던 기차가 비행기 폭격으로 모두 사망했다고.

 

 조 옹은 "험난했던 시절, 자신을 보우한건 하나님의 뜻이며 다국민의 정 때문이었다"며 "지금은 촛불집회로 사회가 혼란하지만 우리시절에는 모두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를 지키려 한 반면 지금은 집안싸움으로 정국이 혼란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가족은 작은 사회를 이루는 기본단위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작은 사회가 큰 사회를 만들며 가족의 화목이 나라의 화목을 이룬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내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게,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살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램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