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스웨덴, 노르웨이를 경유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전나무 숲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우리 땅에는 왜 이러한 풍경이 없을까 부러운 마음이 들었고 전나무가 북유럽을 대표하듯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에 자작나무, 이탈리아에 올리브나무, 중국에 대나무, 일본에 삼나무가 있듯이 아마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는 소나무일 것이다.
2006년 산림청 주관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의 66.1%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선정했듯이 소나무가 우리나라와 민족을 상징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높고 험준한 산이든 고향 마을 뒷산이든 소나무는 언제나 우리 이웃이나 벗과 같은 존재로 함께 해왔다.
소나무는 유연하고 우아한 멋과 아름다움은 물론 곧고 푸른 기상과 품위를 나타내며 마치 지조와 절개라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나무라 할 수 있다.
또한 목피는 투박하고 거칠지만 그 촉감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것 또한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나타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생활에 있어서도 예로부터 식량이 부족할 때 솔 껍질을 깎아 구휼식품으로 사용하였고 민간에서는 피를 맑게 해주는 솔잎이나 심혈관 질환에 좋은 송화 가루를 한약재로 두루 사용하였으며 추석이 되면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은은한 솔잎향이 도는 송편을 즐겨먹었다.
아울러 중요한 목재문화재 뿐만 아니라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 때도 소나무를 주요 자재로 사용하였고 죽어서 땅에 묻힐 때도 소나무관을 사용한 것을 보면 한민족의 소나무 사랑은 끝이 없는 듯하다. 이와 같이 소나무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우리에게 크게 이로움을 주는 나무이기 때문에 민족의 정신적 공유체로 우리 역사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나무라 말할 수 있다.
우리 중구의 남산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애국가에 “남산위에 저 소나무”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중구가 소나무로 가로수 거리를 특화시키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아니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소나무는 인간에게 이로운 산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반대로 해로운 이산화탄소와 각종 유해가스를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해 공해에 찌든 우리 도심환경 개선에 큰 기여를 하며 향균과 방취로 대표되는 소나무 특유의 피톤치드 효과를 통하여 우리 몸을 쾌적하게 해주는 등 현대인의 웰빙 생활에 가장 적합한 수종이다. 또한 점차 대형화되고 노후화되어 보행자나 차량의 시야를 가려 수시로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는 기존 가로수를 추위에 잘 견디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가지치기 등 관리가 용이한 소나무로 대체하는 소나무거리 조성사업은 앞으로 큰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거리 곳곳에 사계절 푸르른 곧은 기상 그리고 여유로운 멋과 품위를 갖춘 소나무가 식재되어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거리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도심속의 청량제 역할을 해주는 맑고 푸른 소나무를 보며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매력적인 중구의 거리로 탈바꿈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