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 세시풍속 그리고 선거

한해가 시작되는 첫날 음력 1월1일이 설날이다. 설이라는 말은 '사린다' ‘사간다’ 또는 ‘설다’ ‘낯설다’에서 온 말로 조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 섧다는 말로 슬프다는 뜻으로도 전해지고 있으며 설이란 그저 기쁜 날이 라기 보다 한 해가 시작된다는 뜻에서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매우 뜻 깊은 명절로 조상들은 여겨왔다. 그래서 설날을 신일(삼가는 날)이라고 해서 이날에는 바깥에 나가는 것을 삼가고 집안에서 지내면서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게 해주기를 신에게 빌어 왔다.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새해 아침에 입는 새 옷인 ‘설빔’을 입고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절을 드리는 ‘차례’를 지낸다. 그런 다음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 새해 인사인 ‘세배’를 한다. 세배를 할 때에는 새해 첫날을 맞아서 서로의 행복을 빌고 축복해 주는 ‘덕담’을 주고받고 떡국을 먹으며 음복을 한다. 이렇듯 새해 첫날인 설날은 하루 종일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많이 해왔다.

 

 각종 문헌에 설을 신일(愼日)이라 해서 삼가하고 조심하는 날로 기술한 것만 봐도 새해라는 시간질서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조심하고 삼가해야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설의 의미는 물론 세시풍속도 퇴색되는 느낌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민속놀이 복원을 의도적으로 유도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각 동네 마다 전래민속놀이라고 해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풍성한 행사를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선거가 늘어나면서 선거법과 관련돼 대부분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아예 행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중구의 예를 보더라도 작년엔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각종 행사가 중단되더니 금년에는 4월9일 총선을 앞두고 구청장 신년 인사회를 연기하고 주민들의 순수한 잔치인 보름맞이 척사대회도 무기연기 했다. 선거이후에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설을 맞이하는 우리 조상들처럼 삼가고 조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거가 있다는 이유로 지역 고유 행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비단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각종선거로 인한 폐단은 결국 주민 즉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선거도 국민을 위한 일이지 일개 개인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탈법이나 선거법 일탈문제는 강도 높게 단속해야겠지만 선거가 있다는 이유로 물문곡직 제어하고 중단만 시킨다면 누구를 위한 선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국민복리를 위해 우리지역을 대표해서 국가적 중대사를 결정하고 봉사해 달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서로 대표가 돼서 봉사하겠다고 허리가 닿도록 고개를 숙이지만 선거만 끝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선자의 목에는 힘이 들어가고, 낙선자는 철새처럼 둥지를 이탈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제 선거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차단하고 중단시키기 보다는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행사는 주민들이 마음 놓고 장을 펼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