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28일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여야 후보들은 BBK 김경준씨 송환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의혹만 제기되는 정치공방만 가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답답한 정국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부 시민단체와 선거관리위원회등에서는 정책선거인 매니페스토를 이슈화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후보자가 당선됐을 때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사업의 목적, 착수 우선순위와 완성시기, 예산 확보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해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매니페스토는 1834년 영국의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됐지만 198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18년간 야당에 머물던 토니 블레어에게 승리를 안겨준 운동이 매니페스토였으며, 일본에서도 2003년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공약을 제시한 정치신인들이 많이 당선되는등 검증과 평가작업을 동반한 새로운 매니페스토가 정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2월1일 시민단체 중심의 ‘531 스마트 매니페스토 추진본부가 출범하면서 겨우 정책선거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고, 5ㆍ31지방선거에서 구체적인 정책공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에서 본격적인 검증활동을 벌인 것이 전부다.
오는 12월1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야 말로 우리 정치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같은 호기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BK 문제로 정책선거가 실종될 위기에 봉착해 있어 유권자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체질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매니페스토가 빨리 정착돼야 한다. 한국형 매니페스토 운동은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당선자의 공약이행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대국민 참여운동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매니페스토는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사회적 약속이며, 후보자의 구체적이고 책임있는 공약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그 약속을 잘 지키는지 감시ㆍ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매니페스토는 선심성 공약, 인신공격 그리고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대표되는 고질적인 후진적 선거문화를 척결하고 새로운 선진 선거문화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유권자는 후보자들이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서 실현가능한 참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정책중심의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게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그리고 정치영역을 넘어 범사회적인 물결로 확산돼 신뢰공동체 구축을 위한 깨끗한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