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 초석 놓은 충무로 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대명사인 충무로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2일 폐막됐다.

 

 개막에서부터 관심을 불러 모았던 이 영화제는 발견 복원 창조가 의미하듯 고전영화위주로 축제와 함께 어울림 한마당 형식으로 펼쳐져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신작도 없지 않았다. 올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색, 계’는 오는 8일 국내개봉을 앞두고 충무로영화제(10월30일)에서 깜짝 상영돼 전석이 매진됐으며, 이안 감독의 무대인사에는 거장 감독에 대한 환호와 관심이 집중됐다고 한다.

 

 이는 최근 용산 CGV에서 시사회를 가졌던 영화 '색, 계'가 사실적인 정사장면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등을 연출해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중국 출신 이안 감독의 신작이라는데 영화매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고 충무로에서 두 번째로 공개한 신작 ‘인 블룸’ 작품도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이렇듯 고전과 축제를 위주로 하면서도 신작을 가미함에 따라 충무로 영화제에 거는 기대를 한껏 부풀리는 계기가 됐다.

 

 모든 것은 처음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12년이 된 부산 국제영화제도 제자리를 잡는데 수년이 걸렸으며, 부천판타스틱 영화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충무로 영화제는 첫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물론 칸 영화제처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못했지만 총 좌석 7만3천여석중 5만1천800석이 판매돼 71%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매진된 횟수만도 34회에 달했으며, 할리우드 고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은 매진되기도 했다.

 

고전영화에 대한 관객 수요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충무로라는 이미지가 주는 무게는 다른 영화제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하고 있다.

 

 영화계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예산과 더불어 다소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충무로 영화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충무로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던 배우들과 감독들은 충무로영화제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컸다. 유현목 감독은 휠체어를 탄 채 영화제 개막과 폐막행사에 참석했으며 국내의 대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전하고 있다.

 

 충무로영화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기존 영화제 방식을 탈피하고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생동감 넘치는 축제형식의 영화제를 구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개ㆍ폐막식의 딱딱한 관행도 탈피해야 한다. 기존 영화제와 차별화된 틀을 만들어 나갈 때 국제영화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