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 참여수기 수상작 주요내용

마음밭 넓혀준 자치센터 탁구교실

 

■최우수상 / 신당3동 김 정 숙 씨

 

 (전략) 처음 들어선 탁구교실의 회원은 20대 아가씨들과 50대 아주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 나, 이렇게 회원이 6명 남짓이었다. 몇 번을 나가다가 내 또래회원이 없기도 했고, 사람들과 쉽게 사귀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중략)

 

 친절한 직원의 그 전화 한통이 내성적이던 성격과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 직원의 친절함에 용기를 얻어 다시 찾은 탁구장엔, 마침 담당자께서 회원들과 즐겁게 탁구를 치고 계셨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아주 좋았다. 정말 재미있었고 다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욕망이 솟구쳤다.

 

그 후로는 탁구교실이 있는 날이면 집안일을 부지런히 해놓고 탁구장으로 달려가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연습했다.(중략) 놀라운 것은 향상되는 실력만큼 자신감도 함께 커져서 성격까지 바뀌게 된 것이다. 탁구라는 운동이 혼자서는 못하는 운동이다 보니 마음 밭이 넓지 않으면 생활체육 탁구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태능에서 모셔가지 않는다는 선생님 말씀대로 자연히 생활체육인으로서 탁구를 잘 하려면 실력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의 수양이 우선시 된다. 예전보다 마음 밭이 조금 넓어졌지만 아직도 멀기만 하고 나의 수양도 계속될 것이다.(중략)

 

 우리들은 슬픈 일이 닥치면 "왜 하필이면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하고 자문하며 불행해 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불행해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4층 탁구장에 가면 내가 행복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곳은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이들이 늘 반갑게 맞아주고, 다정다감한 그 눈동자들과 마주치기만 해도 바로, 행복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 8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주민자치센터를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 주민자치센터에선 좋은 친구들, 동생들, 언니들의 호흡과 체취가 좋은 기가 되어 무한정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후략)

 

고전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우수상 / 황학동 박 태 영 씨

 

 (전략)춤을 좀 출줄 알았으면하는 마음에 차츰 고전춤에 매료되어왔고 그것이 발심이 되어 고전무용을 선택하게 되었다. 선택을 하고 보니 얼른 배워봐야겠다는 조급함이 앞서 급하게는 이곳저곳의 무용연구소를 꽤나 다녀도 보았다. 그런데 처음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번번이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중략)

 

 신당6동에서 여러 과목의 문화 강좌가 있다고 하는 기사에 반신반의하면서 또 한번 찾아 간 것이 계기가 되어 그토록 배우고 싶어했던 무용반에 쉽게 등록과 함께 입문하게 된 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3개월 가까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수강생들이 대부분 여성들이라 당혹스럽고 쑥스럽기도 했으나 엉뚱한 사람이라 싶을 정도로 무지의 용기를 낸 것이 바탕이 되어 점차 적응이 되어갔고, 지금은 꽤나 익숙해진 듯 싶다.

 

 세상사 어느 분야에서건 어려움은 있게 마련, 인내하는 것만이 정도일 것 같다. 열심히 한답시고 지도교수의 아름다운 동작 하나하나에 시선을 집중해 보노라면 숭고한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중략)

 

 '開樂知政(개락지정)이요 觀舞知德(관무지덕)이다'

 즉 음악을 보면 나라의 정치를 알 수 있고 춤을 보면 국민의 덕을 알 수 있다고 자신도 속으로는 자주 읊조려 보는 대목이기도 하다.(중략)

 

 이는 많은 고전 속에는 정신함양을 고취시키는 음악이며 격조 있는 춤들이야 말로 삼매에 접어들고 보면 정신순화인들 어찌 없겠으며, 심신의 수양 또한 다른 것이 아닐 듯싶다. 배우고 익혀서 멋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며 주위의 많은 은혜에 힘입어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진도는 더디기만 하다.

 

 어쩌랴 가고 가는 세월에서 오는 현상들 일진데 가는 세월 탓 한번 해볼 뿐이라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임하게 되는 동안은 주위의 배려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후략)

 

우리 호박동아리

 

■장려상 / 황학동 이 인 신 씨

 

 (전략)신당4동 동사무소에 일본어를 배우러 갔다가 자원봉사로 이미용을 강의해 보겠다고 복지담당자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쾌히 승낙하셨습니다. 2001년 9월12일 첫 강의를 하기위해 수강생을 받았는데 수강생들의 나이가 평균연령 60세 전후였습니다. 조금은 놀랐지만 최선을 다해서 강의를 했습니다.(중략)

 

 미용기술 실력이 조금씩 나아질 때 여기서 배운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내가 자원 봉사하는 곳을 함께 가보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지만 자원봉사라는 말에 호기심과 용기를 내어 신당동에 있는 중구 유락사회복지관에 한달에 두 번 각자의 기구를 가지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봉사를 시작했습니다.(중략)

 

 신당4동에서 배운 수강생들은 힘이 드는 줄도 모르고 하루에 15명에서 20명 정도의 이ㆍ미용 자원 봉사자들이 15평 남짓하는 공간에서 시끌시끌하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게 되어 '호박동아리'라는 팀도 만들었습니다.

 

 왜 호박이냐구요? 젊은 호박은 시장 시세에 따라서 값이 정해지지만 늙은 호박은 부르는 게 값이잖아요! 호박이라고 머릿속에 떠올리면 왠지 된장찌개의 구수한 한국사람 냄새도 나는 것 같구요, 또 세상을 호박처럼 둥글게 만들어 살아보고도 싶었구요.(중략)

 

 6월 달에는 대부도에서 배를 타고 자월도라는 섬으로 우리 호박동아리들과 이ㆍ미용 봉사를 하고 왔답니다.(중략) 7월 초에는 지하철 약수역 7번 출구에서 이ㆍ미용 봉사를 호박 동아리들과 함께 하였답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나면 수해를 입은 분들의 머리를 해주러 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 호박동아리를 원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느 곳이라도 봉사하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주저하지 마시고 저희 호박동아리 회원이 되셔서 저희와 함께 봉사해 보세요! 세상이 달라 보일 거예요.(후략)

 

삶의 작은 기쁨

 

■장려상 / 신당4동 정 유리아 씨

 

 겨울이 끝나갈 무렵 조금씩, 조금씩 늘기 시작한 체중계의 눈금이 위험수위에 도달해있었다.(중략)

 

 에어로빅이라면 결혼하기 전에 1년 넘게 한 경험도 있고, 그때도 힘이 들긴 했지만 즐거웠던 기억이 났다. 이제 운동을 시작하면 살도 빠지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는 꽤나 설레었다.

 

 드디어 운동 시작 날, 한 시간 가량을 뛰고 나왔을 때의 허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중략) 그야말로 음악 따로, 몸 따로 마음 따로였다. 근력 운동을 할 때면 아랫배는 당기고 허공을 향한 다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또 안 쓰던 부위를 갑자기 쓰니 몸에 무리가 와 몸 여기저기가 아파왔다. 그러는 가운데도 꾸준히 운동을 했다. 집에서 거울보고 연습할 때면 남편과 애들이 같이 웃어댔다. 내가 봐도 내 모습이 우스웠다.(중략)

 

 그 뒤 점차 시간이 지나가고, 몇 개월이 흘렀다. 열심히 운동한 끝에 살도 몰라보게 엄청 빠졌다. 미어지던 옷들도 무난히 소화하였다. 에어로빅도 수준급으로 강사 못지 않은 실력이 돼 물 만난 물고기처럼 종횡무진 강당을 누비고 다녔다. 몸매 또한 완벽한 이효리 몸매가 돼 동네 아줌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휴,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여전히 뒤에 서서 음악에 맞춰 하기보다는 쫓아가기 바쁘다.(중략)

 

 하지만 꼭 변화가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살은 그리 많이 빠지지는 않았지만 몸이 가벼워지고 균형을 잡아갔으며 땀을 많이 흘려 피부도 깨끗해진 것 같았다.(중략)

 

 전에는 조그만 집안일에도 쉽게 피로를 느끼곤 했는데, 운동을 하면서는 피로감이 없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을 하면서 체력도 길러지고 건강해진 것도 좋았으나,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중략)

 

 주민 자치센터 프로그램에 등록한 뒤로는 아침에 눈 뜨고 난 뒤의 삶이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