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폐지아줌마' 주민들이 해결

저장강박증에 수년간 집 안팎은 고물창고… 주민들 설득에 3톤 분량 청소

 

신당동 주민들이 폐지 아줌마 집에서 적재된 폐지 등을 치우고 있다.

 

/2017. 8. 23

 

다산동 가구 쓰레기 10톤도 치워

 

수년째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던 주민을 이웃들이 발 벗고 돌보기로 해 화제다.

 

신당동 청구로8길에서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한 모 씨(53세, 여).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뇌전증 장애진단을 받아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지만 아이들마저 질병과 장애가 있어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한 씨는 약 10년 전부터 생계수단으로 폐지와 고물을 주워 팔았다. 그런데 인근 고물상에서 원하는 만큼 값을 쳐주지 않자 먼 곳에 있는 고물상을 이용했고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되자 집 안팎에다 이를 모아두었다. 저장강박증의 시작이었다.

 

몇 년간 가득 쌓인 폐지,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골목 귀퉁이에 있는 한 씨의 집은 쓰레기장으로 변해갔다. 현관문을 제대로 열 수도 없을 만큼 고물들이 넘쳐 인근 도로까지 침범했다. 위생, 안전, 미관 등 이웃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한 씨는 주변에서 '폐지아줌마'로 불렸다.

 

이날 작정한 주민들은 한 씨를 설득하기 위해 외삼촌과 여동생까지 연락을 취했다. 결국 오랜 실랑이와 설득 끝에 한 씨 집에 대한 청소가 이루어졌다.

 

집 주변을 둘러싼 폐지와 고물들을 치우는데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집 내부는 한 씨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청소할 수 있었다. 이렇게 치운 쓰레기가 무려 3톤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바로 폐기하지 않고 고물상에 팔았다.

 

이와 같이 주민들의 전폭적 협력을 얻은 데에는 중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골목문화 창조사업'도 큰 몫을 했다. 이 사업은 쓰레기, 불법주차, 안전 등 골목마다 안고 있는 고민거리를 행정력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 주도로 인식해 해결하자는 것으로 시민의식 개혁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구는 우선 한 씨를 중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결해 상담 및 치료를 받게 하면서 방문간호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체크할 계획이다. 아울러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배장판 교체 등 주거환경 개선 지원을 병행하고 복지사업인 '드림하티'를 통해 다양한 민간 후원을 연계할 계획이다.

 

한편 다산동 주민센터(동장 김창수)는 반장으로부터 온갖 쓰레기로 가득하다는 집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10일 끈질긴 설득 끝에 해당가구에 대한 긴급 청소작업을 실시했다.

 

이곳에는 인지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우울증과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는 권 모 씨(여)가 정신1급 및 지적3급의 중복장애를 가진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이날 다산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집안 가득 쌓인 막대한 양의 쓰레기와 폐가구 탓에 악취와 해충으로 고통 받는 정신질환자 모녀를 위해 4시간 걸쳐 청소와 방역을 진행했다.

 

대청소는 다산동주민센터 소속'우리 동네 주무관'들과 보건지소, 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직원들이 힘을 합쳐 일사분란하게 실시했다. 여기에 청소행정과 협조를 받아 5톤 압축차량 1대가 동원돼 주택 안팎으로 즐비하던 폐가구, 집기류, 옷가지 등 10톤의 쓰레기를 수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