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뽀 / 출입금지 서울광장

잔디훼손에 시민 출입 봉쇄

 

◇지난 10일 출입이 통제된 시청앞 서울 잔디광장의 한산한 모습. '하이 서울 페스티벌' 기간 중 훼손된 잔디를 새 잔디로 교체하기 위해 주변에 안내문과 차단띠를 둘렀다.

 

잔디손상 예측 안했나 불만

꼴불견 추태 시민의식 실종

 

 지난 1일 서울광장 개장과 함께 시작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9일 끝나자 광장의 잔디가 몸살을 앓는 바람에 시민의 발길을 막기에 이른 것이다.

 

 축제기간 중 연 150만명의 시민들이 광장을 찾았고, 이에 잔디가 크게 훼손되자 서울시는 매주 월요일마다 광장 출입을 봉쇄하기로 결정했다. 시민들이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잔디광장에 차단 안내띠를 두르고 오전과 오후 각각 9명의 관리요원을 배치했다.

 

 서울광장의 잔디를 관리하는 공원녹지관리사업소측은 "효율적인 잔디 관리를 위해 월요일을 '잔디 휴식의 날'로 정했다"며 "하이 서울 페스티벌 기간 중 크게 훼손된 잔디부터 특별 관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서울광장의 시민 출입을 막은 지난 10일, 이같은 사정을 모르고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불만의 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황모씨(58)는 출입을 제지당하자 "시민의 광장이라더니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으면 어떡하느냐"며 "잔디 손상을 예측하고 광장을 설계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리둥절해하는 시민들과 이를 제지하는 공원관리사업소 직원들의 승강이는 계속 이어졌다. 주변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자유롭게 출입하기 힘들도록 광장에 잔디를 깐 것이 잘못"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공원녹지관리사업소 양묘과 유재원 주임은 "켄터키블루그래스종인 이 잔디는 인천의 연평과 경기도 고양ㆍ남양주시에 있는 양묘장으로 보내 가꾸면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외국에서도 잔디가 훼손되면 1년에 3∼4번씩 갈고 있다"고 말했다.

 

 훼손된 잔디를 양묘장으로 '요양'보내기 위해 10여명의 잔디광장 하청업체 인부들도 하루종일 분주했다. 기계로 잔디를 밀어 벗겨낸 후 양탄자처럼 돌돌 말아 수거하고, 그 자리에 양묘장에서 가져온 새 잔디를 심었다. 총 6천700여㎡의 잔디 중 1,000㎡ 정도를 다시 깔았다.

 

 유주임은 "이번에 수거한 잔디는 양묘장에서 한달간 집중 관리를 받아 소생하면 다시 가져와 손상된 곳과 교체해나갈 계획"이라며 "새 잔디로 키우는 데 한달에 200만∼300만원이면 충분하다. 장비구매와 비료값, 작업 인부들의 노동비 등을 산정하면 예산은 늘어나겠지만 아직 산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예산을 측정하지 못한 서울시의 안일한 행정도 문제지만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의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서울광장의 경비를 맡고 있는 남대문경찰서 소속 한 경찰은 "노숙자들이 술먹고 잔디밭으로 뛰어들어 잠을 자겠다고 버티는가 하면 잔디 위를 뒹굴며 애정표현을 하는 연인들도 있었다. 또 장난삼아 잔디를 후벼 파고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축제기간 중 훼손된 일부 잔디만 교체하는 것이지 매주 잔디를 바꿔 심는 것은 아니다. 매주 30만∼40만원의 비용으로 잔디에 비료와 물을 주는 등 기본적인 관리를 계속할 것"이라며 "새 잔디를 심어놓은 부분은 완전히 뿌리가 내릴 때까지 3∼4주 정도 막아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굿데이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