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유산이 산재한 을지로 골목길을 최창식 구청장 등이 투어를 하고 있다.
/ 2016. 5. 4
한때 '못 만드는 것이 없는 곳' 이었던 을지로.
광복 후 1946년 10월 1일, 일제식 명칭들을 일제히 개정할 때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 장군의 성에서 따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조선시대부터 많은 관아가 배치돼 있었으며, 현재도 많은 업무 빌딩과 시장·상가가 발달돼 있는 을지로는 과거의 흔적과 오늘날의 변화가 공존하는 장소다.
중구는 이런 을지로 골목에 숨은 볼거리와 가치, 특색있는 이야기를 체험하는 골목길 투어인 '을지유람'을 4월 23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진행하는 '을지유람'은 중구민들로 구성된 구민해설사들의 안내로 타일·도기거리, 송림수제화(서울시 선정 미래유산), 원조녹두, 노가리골목, 양미옥, 공구거리, 통일집, 조각거리, 조명거리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돼 있다.
모두 을지로 골목의 역사문화유산, 특화거리, 맛집, 영화 촬영지 등이다. 또한 을지로 골목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디자인·예술가들의 작업장도 찾아 공방 등 체험 프로그램도 경험하게 된다. 을지유람 코스를 일주하는데 약 90분이 소요된다. 1회당 인원은 10명 이내로 한다.
■ 못 만드는 것이 없던 을지로
을지로는 서울시청에서 을지로3가를 경유해 을지로7가 DDP에 이르는 폭 30m, 길이 2천740m의 6차선 도로다. 조선시대에는 구리빛이 나는 고개라 해서 '동현(銅峴)' 혹은 '구리개'로 불렸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황금정(黃金町)'으로 칭했다.
을지로에는 공구, 조명, 미싱, 타일도기, 조각, 가구, 인쇄, 기계 등 다양한 도심산업이 밀집되어 있다. 6·25 전쟁 이후 무너진 도시의 재건을 위해 집수리에 관련된 모든 것, 목재, 가구, 철물, 페인트, 도배, 공구 등이 얼기설기 서로 유기적인 맞물림 속에 자리 잡으며 급속도로 발전했다.
△을지로 타일위생도기 특화거리
을지로에는 현재 140여개의 타일도기 상점이 모여 있는 타일위생도기 특화거리가 있다.
6·25 전쟁 당시 3개였던 타일가게는 이후 도시의 재건을 위해 집수리와 관련된 것들이 한데 자리잡게 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특히 1961년 일부 수입하던 타일을 수입금지 시키는 당국의 정책에 힘입어 타일제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탱크도 만든다던 을지로 공구거리
청계천 수표교∼관수교 남단 350m에는 전국, 나아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 일대를 거래 상대로 하는 530여개의 공구상점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한때 설계도만 주면 탱크도 만든다는 '공구의 종가'다. 적은 양으로 필요한 모든 것들이 부근에서 손쉽게 조달되어 도면 하나만 들고 가면 그 자리에서 부품들을 깎아다가 물건을 만들어준다. 6·25 직후 청계천변에 터를 잡기 시작한 공구상가는 61년 청계천이 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을지로 조명거리, 조각특화구역
을지로3가부터 4가에 걸쳐있는 조명거리는 을지로의 건축자재 관련 업종중 뒤늦게 자리잡았다. 현재 210여개의 조명상가가 위치해 있으며, 70∼80년대를 을지로 조명상가의 전성기로 꼽는다. 을지로3가역과 중구청 사이인 창경궁로 일대에는 360여개의 조각금형 점포가 집중돼 있다. 을지로 조각(금형)은 다른 산업과 달리 제조 중심으로 자체생산이 81.5%를 차지한다. 전성기였던 60∼70년대는 수작업으로 금형을 만들어 제품을 찍어내 수출했고, 1mm도 안되는 활자를 징과 망치로 만들어낸 숙련가들이 아직까지 활동하는 곳이 바로 을지로다.
■ 서울미래유산인 을지로 노가리 골목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노가리골목은 퇴근시간 무렵 서서히 골목의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이 일대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일대의 호프집들이 골목들을 독차지하는데 야외까지 꺼내놓은 테이블은 내려놓기 무섭게 손님들로 붐빈다. 앉자마자 주문도 받지 않고 인원수대로 노가리와 생맥주를 척척 내놓는다.
이 골목에는 13개 호프집이 있는데, 골목의 시작은 을지OB베어다. 당시 OB맥주가 처음 생맥주를 출시하고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OB맥주 2호점을 연 것.
만선호프는 한국의 옥토버페스트라는 별칭을 가진 이 골목의 대표 호프집이다.
우리나라에서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린다는 곳이다.
■ 빈점포 임대해 청년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
한편 중구는 을지로 내 산림동의 빈 점포를 임대해 청년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는 '을지로 디자인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6개소에 8개 팀이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스에 포함된 을지4호인 '써클활동'은 폐자전거로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작업로 1층에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