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직업아세요? / 토피어리 디자이너

살아있는 식물 입체적 형태로 가꿔

 

◇토피어리 디자이너 박은희씨가 만든 곰돌이 인형. 넝쿨식물 아이비와 이끼 등의 식물로 만들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취미ㆍ실내의 인테리어 정착

국내 300여명 디자이너 활동

 

 서울 광진구 군자동의 한 지하 임대 사무실. 사무실 곳곳에 넝쿨식물 아이비와 흙, 철사, 이끼 등이 널려 있다. '토피어리 디자이너' 박은희씨(35)의 작업장이다.

 

 박씨는 먼저 철사를 구부려 곰돌이 모양의 뼈대를 만들고 이 안에 흙을 채운다. 표면에 이끼의 일종인 수태를 덮자 곰돌이 모양의 화분으로 변신한다. 이 곰돌이 화분에 넝쿨식물 아이비를 조심스레 심고 가다듬는다. 2시간만에 잎이 살아 있는 인형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옅은 갈색빛 수태는 마치 곰인형을, 머리 위에 심어진 아이비는 초록빛 왕관을 연상케 한다.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토피어리 디자이너'. 살아 있는 식물을 입체적인 형태로 만드는 '조물주'다.

 

 "토피어리는 단순한 장식품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식물이 자라는 신기함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취미생활입니다."

 

 박씨가 토피어리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호주에서 토피어리를 알게 된 남편의 소개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박씨는 미용사 일을 접고 일본에서 토피어리 디자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토피어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이 신기한 손놀림으로 나무를 정리하던 장면도 토피어리의 일종이다. 조경의 한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만드는 재미와 키우는 재미가 어우러진 취미생활이자 실내외 인테리어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벽면 전체를 토피어리 액자로 만들어 장식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의 정서발달과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밤샘 작업을 했어요."

 

 토피어리에는 아이비ㆍ푸미나 등 넝쿨식물뿐만 아니라 선인장까지 쓸 수 있어 식물의 종류에 제한이 없다. 화분뿐만 아니라 액자 형태까지 응용방법도 무궁무진하다. 수태가 자연스럽게 알맞은 습도를 조절해 일반 화분보다 훨씬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수태가 물을 10배 이상 흡수해 가습기 역할도 한다 "철사로 프레임을 만들고 수태를 채우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사람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기와 달리 우아한 일은 아니에요. 그러나 만드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작품이 나오는 만큼 매력도 크답니다."

 

 현재 국내에서 토피어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은 300여명에 달한다. 한국토피어리협회(www.topiary.co.kr)에서는 앞으로 1년에 2번 시험을 실시해 자격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토피어리 디자이너 전망

 토피어리 디자이너가 되려면 한국토피어리협회에서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된다. 일본ㆍ미국ㆍ뉴질랜드 등 토피어리 제작이 발달된 나라에 유학을 가서 배울 수도 있다.

 

 식물의 특성과 생태에 대해 많이 알면 유리하며, 꼼꼼하고 세밀한 성격의 소유자에게 적합하다. 토피어리 디자이너가 되면 각종 문화센터 강사로 활동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할 수도 있다. 일주일에 3번 출강하는 문화센터 강좌를 하나 맡으면 한달에 200만원 이상의 강의료를 받는다.

 

 인터넷 쇼핑몰은 현재 30개 정도 개설돼 있는 상태. 아직 토피어리 작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쇼핑몰 운영만으로도 한달에 1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굿데이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