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예술의 만남 '북소믈리에 콘서트'

황학동 마을문고 주최… '여행 그리고 아주 오래된 사랑이야기' 주제로

 

지난달 25일 황학동 주민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북소믈리에 콘서트에서 김종훈, 김영하 바이올리니스트가 합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입력 2013. 8. 1

 

"봄날이 가기 전에 꽃구경 가자고 하니 집에서 봐도 꽃 천지인데 어디를 가냐고 하신다. 엄마를 업고 꽃구경 가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엄마 손 잡고 꽃구경 가기로 한다. 호호백발 할머니인 엄마의 손을 잡고 아버지 혼백이 계신 여래사로 간다……" 피아노 연주에 맞춰 유지희 시인의 꽃놀이라는 시가 황학동 주민센터에 울려 퍼졌다.

 

지난달 25일 황학동 주민센터 대강당실에서 열린 북소믈리에 콘서트에는 장재규 스토리디렉터와 유지희 시인, 김종훈, 김영하 바이올리니스트, 구한나 피아니스트, 남기환 여행작가가 참여했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강당에는 황학동 주민을 포함, 관객들로 가득 찼다.

 

황학동 마을문고(회장 조준행)가 주최하고 (주)이츠스토리 북소믈리에 문화나눔에서 주관한 콘서트는 '여행 그리고 아주 오래된 사랑이야기'라는 주제로 4가지 스토리 △여행은 아픔입니다! △여행은 방황입니다! △여행은 희망입니다! △여행은 사랑입니다! 등으로 진행돼 주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며 쓴 '꽃놀이' 외에도 운주사에서, 마음 시린 날, 가을 창덕궁을 거닐며 등을 낭독하는 유지희 시인에 이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내를 위해 직장과 모든 걸 정리하고 무작정 여행을 떠난 뒤 병을 극복한 아내와 여행으로 얻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남기환 작가의 이야기를 듣던 몇몇 관객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북소믈리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김종훈 바이올리니스트와 그의 아내 김영하 바이올리니스트, 구한나 피아니스트의 합주가 시작됐다. 김종훈 바이올리니스트는 시각장애인으로 독일 베를린의 'Hanns Eisler'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실내악단 챔버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고 있는 말 그대로 장애와 역경을 딛고 정상에 선 음악가다. 그의 아내인 김영하씨 역시 같은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구한나 피아니스트는 김영하 바이올리니스트의 사촌 언니로 오르간과 피아노 등 다양한 건반악기를 소화 해내는 음악가다. 세 사람은 전주곡과 알레그로, 헨델의 변주곡, 영화 쉰들러리스트 OST, 파카니니 이단조 등 값비싼 음악회에서나 볼 수 있는 음악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또 마지막으로는 '고향의 봄'을 연주해 관객들이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북소믈리에란 기존의 지식나눔을 주제로 한 콘서트와 달리 문화나눔을 주제로 한 신개념 북 콘서트란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행사는 단순히 저자의 책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예술인들과 베스트셀러 저자가 함께 모여 각자의 재능기부를 통해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