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극 '사천가' 공연 대장정 돌입

충무아트홀, 외교부 총영사 45명 단체관람… 전통예술의 한류화 모색

 

지난 9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판소리극 '사천가'의 개막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입력 2013-07-17

 

판소리극 '사천가'가 대중음악과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넘어 새로운 한류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대한민국의 전통 예술이 세계 속의 예술로 자리잡는 날, 한류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판소리 '사천가'는 지난 9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8월 4일까지 계속된다.

 

9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로비는 판소리극 '사천가'의 개막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관객들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큰 성황을 이뤘다. 2007년 초연이후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사천가'가 처음으로 장기공연에 돌입하는 날이었기 때문.

 

특히 이날 공연에는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한류문화를 최일선에서 전파하고 있는 외교부 소속 총영사 45명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각국의 총영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처럼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로 세계적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는 판소리극 '사천가'의 한류 가능성을 모색하고 공감대를 확인하기 위해 외교부가 직접 마련했다.

 

이날 공연은 판소리극 '사천가'를 인기 뮤지컬 못지않은 흥행 브랜드로 키워낸 젊은 소리꾼 이자람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감동의 무대였다. 이자람은 고루하거나 지루하다고 인식돼 온 판소리를 기교 넘치는 창과 재치 넘치는 연기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변신을 통해 한 편의 재미있는 모노드라마로 탈바꿈시켰다.

 

익살스러운 대사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자람의 끼는 때론 신들린 무당처럼 때론 농익은 광대처럼 무대에서 폭발했다. 대한민국 사천시에 사는 뚱뚱하지만 착한 처녀 '순덕'이 외모와 학력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의 틈바구니 속에서 겪게 되는 고군분투기는 씁쓸한 세태를 통렬하게 풍자하며 많은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어쿠스틱 기타와 전자 베이스기타, 드럼 등 다양한 악가들의 라이브 연주는 극의 흐름을 긴장감있게 이어주며 기존 판소리의 단조로움을 날려버렸다.

 

2시간이 넘는 공연이 순식간에 끝난 후 무대 위에는 여지없이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관객들의 환호성은 커튼콜이 끝난 후에도 계속 됐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총영사들도 공연이 끝난 후 판소리극 '사천가'의 놀라운 인기에 상기된 듯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전통 예술이 현대적인 옷을 입고 화려하게 부활한 현장에서 총영사들의 어깨위로 뿌듯한 문화적 자긍심이 내려앉았다. 삼삼오오 둘러서서 공연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그들의 표정에는 판소리극 '사천가'가 세계적인 한류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음을 확신하는 듯 보였다.

 

송영환 주시애틀 총영사는 "판소리 '사천가'는 전통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제작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한류화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관람하게 됐다"며 "가장 한국적인 공연이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문화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알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