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

꽃같이 아름답고 단단한 삶의 묵상 담아

꽃을 피운다는 건 그 자체로 기적이다. 그것은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제 몸이 썩는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냈다는 의미이며, 거센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혹독한 더위와 추위에도 끝내 시들거나 얼어 죽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꽃을 피우는 삶'도 그 자체로 기적이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시련과 역경의 과정 없이는 절대로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엔 혹독한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의 '꽃'같이 아름답고 단단한 삶의 묵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청심여자대학교 학장으로 부임한 그녀는 딜레마에 빠지고 자신감을 상실한 채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런 와중에 어느 미국인 신부님이 건네준 '주님이 심은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짧은 시 한 편을 계기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기쁨을 되찾게 된다.

 

와타나베 수녀는 "당신이 선 자리가 바로 당신의 자리"라고 이야기한다. 그곳이 어디든 지금 당신의 자리에서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탐스런 열매를 맺을 날이 올 거라고 위로하고 격려해준다.

 

더불어 극심한 장기불황 속 쓰나미와 원전사고까지 겹쳐, 비전을 잃고 절망에 빠진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꽃을 피우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무리하게 꽃을 피우려 애쓰지 말고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라"고 조언한다.

 

다음에 피울 꽃이 더욱 아름답도록 말이다.

 

<와타나베 가즈코 지음 / 작은씨앗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