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당공천 폐지 약속 반드시 지켜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정책토론회'가 개최돼 관심이 집중됐다.

 

이는 지난 22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시도지역회장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청북도 청남대에서 민선5기 3차년도 제5차 공동회장단회의를 열고 "풀뿌리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 국민과 약속한 정당공천폐지를 반드시 이행하라"고 정치권에 요구한 뒤 정치쇄신 공약의 이행방안 요구를 위해 민주당과 공동주관으로 이날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최근 새누리당 공천심사위가 대선공약 이행차원에서 발표한 4·24 재보궐선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무공천'이 풀뿌리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중대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2월 대선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이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이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한국 정치사에서 오래된 논쟁거리 중의 하나다.

 

1990년대 초 지방자치 부활 당시 정당공천 문제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했고 이 과정에서 지방선거가 연기되기도 했으며, 1995년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반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정당공천을 허용하는 타협안을 도출해 시행됐다. 그리고 2006년 지방선거부터 현재까지는 모두 정당공천이 전면 허용되고 있다.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통제함에 따라 지방자치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침해되고 중앙정치에 의한 지방자치의 오염은 물론 정당공천을 둘러싼 부패와 횡포를 지적한다.

 

반면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지방자치에 정당이 참여하고 정당공천이 허용돼야만 정당정치가 제도화된다는 주장이다.

 

내년 지방선거부터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등은 정당으로부터 자유롭게 구정과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자에 대한 자질검증이 어렵고 후보자가 난립할 수 있는 단점도 없지 않다. 그리고 비용과 조직싸움으로 비화되면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가시화 될 수 있어 지방선거가 혼탁해질 우려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양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이상 정당공천 폐지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룰을 정하면 다소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힘있는 지역구 위원장들이 당명을 내세워 룰을 어기고 내천을 할 경우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