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최창식 중구청장

말로만 '부자 자치구'의 속사정

우리 중구는 '부자 자치구'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구청장에 취임하면서 말로만 듣던 지자체 재정악화를 직접 실감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중추 기능이 집중돼 있고 재정자립도 최상위를 다투는 중구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하겠지만 실상은 한심하다.

 

중구의 올해 예산규모는 2,381억 원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2위에 불과하고 한때 92%였던 재정자립도 역시 76%까지 떨어졌다. 왜 그렇게 됐을까. 시작점은 2008년 재산세 공동과세였고 2011년 징수교부금 교부기준 변경과 지방세법 개정에 따른 시세와 구세의 세목교환은 재정악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제 구청장의 공약사항은 물론 주민생활에 꼭 필요한 사업까지 차질을 줄 정도가 됐다.

 

올해 기준으로 세목교환에서 302억, 징수교부금 교부기준 변경에서 105억, 재산세 공동과세에서 112억 등 550억 가량 감소되었고 내년에도 최소 585억 이상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구 스스로 한 해 올리는 세입의 32%에 이르는 것으로 인건비와 같은 경직성 경비와 필수 복지비용을 빼고 나면 어지간한 자체사업은 추진할 엄두도 못 내게 할 정도의 액수이다.

 

자체적으로 사업전면 재검토, 인력 축소 등 예산절감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스스로 이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지방세제 체제아래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폭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생활비 지출은 그대로인데 자녀교육이나 부모님 봉양에 드는 지출은 더 늘어가는 상황에서 어느 날 월급이 30% 이상 줄었고 갈수록 더 줄어들 예정이라고 가정해 보자. 지금 중구의 형편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제도개편을 통해 정부와 서울시에서 내세우는 자치구간 재정 불균형이 해소되었는가? 종합적으로 따져 봐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도 개편의 수혜자여야 하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에서도 세목교환으로 최대 200억의 손실 발생이 추정되고 징수교부금의 경우 대부분 증가했지만 이 또한 감소한 자치구가 있기 때문이다.

 

징수교부금 교부기준 변경은 2010년 서울시 주관 공청회에서도 각 자치구에 별 실익이 없다고 결론이 났음에도 조례가 개정되었고 2011년 세목교환 역시 정부에서 25개 자치구의 의견은 접어두고 서울시의 의견을 대부분 수렴해 법을 개정했다. '부자구'라 불리는 일부 지자체의 희생을 강요했지만 재정자립도 개선은 미미하였고 오히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재정 여건을 하향평준화 시켰으며 결국 서울시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서울시는 지방재정을 튼실하게 하고 17년이 된 지방자치제도를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시세와 구세의 불합리한 세목교환은 종전과 같이 환원하고 법 개정이 곤란하면 서울시 조례로라도 손실액 보전을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징수교부금 교부기준 변경으로 인한 세입감소분에 대해 당초의 약속대로 서울시에서 별도의 보전책을 강구하여 실행해야하며 모든 자치구가 바라는 재산세 과세특례(옛 도시계획세)와 자동차세의 구세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는 서울시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조정교부금 배부기준에 각 자치구의 특성을 반영해 중구처럼 행정수요가 많은 자치구도 지원해 주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요구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자치구간 재정 불균형을 완전 해소하려면 자치구간 세입을 무리하게 조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 각각 85%와 15%인 시세와 구세의 기형적 불균형부터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재정 불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