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최완근 서울지방보훈청장

강한 보훈, 더 큰 대한민국

국립현충원에서 개최된 국가유공자 1급 중상이용사들의 나라사랑 국토종단 환영 행사를 다녀왔다. 1급 중상이용사 22명은 국민들에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전파하기 위해 지난 16일 부산 UN기념공원에서 출정식을 갖고 국토 700Km를 종단하여 22일, 서울현충원에 도착하였다. 가을비가 내려 몹시도 추웠음에도 그분들은 불굴의 투지로 국토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행사장에서 도착을 기다리던 나는, 핸드사이클의 모습이 보이자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에 전율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하신 국가보훈대상자들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에 대한 국가보훈의 큰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수없는 침략을 받아왔고, 20세기에는 나라를 빼앗기고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세계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한 애국심으로 역사적인 고비를 슬기롭게 헤쳐 왔다. 이토록 우리나라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강하게 응집된 결과이다. 그러나 국민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 대한 정성스런 예우와 현실적인 보상 및 지원을 통해 자존감과 명예를 드높이면서 국민의 존경과 감사를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애국심은 강화될 것이고 더욱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국운이 융성한 시기에는 보훈을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의 상사서, 고려 고공사, 조선 충훈부 등이 그 예이다. 더 나아가 세계 역사를 보면, 보훈은 강대국 존립의 필요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에 국립묘지를 선정하여 전몰자를 안장하고 그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을 이룬 징기스칸도 전사자의 자녀를 왕자들과 똑같이 양육하도록 하여 부하가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유럽의 패권주자였던 로마는 노병에 대한 보상실시로 유럽 최초 보훈제도를 발전시켰으며, 미국은 전쟁포로와 실종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통하여 국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희생의 가치가 존중받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보훈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보훈처는 1961년 창설 이래 주무부처로서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시작으로 숭고한 위국헌신 정신을 기리는 예우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가보훈 50년을 돌아보면, 군사원호청으로 시작한 보훈처는 다행히 독립부처로 존속은 했으나 장·차관급 등락을 거듭해 왔으며, 예산도 증가했지만 아직도 보훈 가족에게 만족을 주기에는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국가보훈대상자는 208만 명, 관련 호국보훈단체 등을 포함하면 1천만 명을 상회하는데, 보훈처의 위상이 타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을 국가유공자에 대한 홀대로 인식하여 상실감을 갖고, 장기적으로는 국가보훈정책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중 "행정 각 부"의 하나인 국가보훈부가 보훈행정을 관장함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원한다.

 

우리사회의 지역·세대·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여 사회를 통합하고 나라사랑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화합에 기여할 수 있는 국민의 정신적 자산인 보훈정신! 국가보훈업무는 이제까지 추진해왔던 두 가지 흐름인 보상과 예우 확대를 넘어 국가유공자의 희생으로 지킨 나라를 더욱 튼튼하고 건강하게 지키고 발전시키면서 국민통합을 추구할 수 있는 고도의 정신적 가치로 성장해야만 더 강한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보훈의 가치 실현은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주무 부처가 행정 각부로서의 동등한 입지를 가질 때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절대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보훈부(部)를 편제하여 높은 수준으로 보훈에 대한 예우를 실시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나라사랑 국토종단을 무사히 마치신 국가유공자 1급 중상이용사분들의 불굴의 투지와 헌신을 국민들이 되새겨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견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