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중구 등 자치구 통합 반대한다

중구와 종로구가 하나로 통합되는 등 인구가 적거나 면적이 작은 자치구 10곳의 통합이 추진된다고 한다. 특히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에 속한 69개 자치구와 5개 군 등 74곳의 지방의회를 폐지하고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 구청장을 관선(임명제)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서울시는 구청장은 선출하지만 구의회는 없애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부산, 대전, 광주, 울산, 인천, 대구 등 6개 광역시는 구의회를 폐지하고 구청장도 관선으로 선출하는 방법과 구의회만 폐지하는 두 가지 방안을 모두 채택하고 있다.

 

위원회와 정부는 지방자치제도 개편안 추진 배경에 대해 △구의회의 독자적인 과세권 등으로 차지구간의 차이가 더욱 심해지고 △시에서 종합행정 계획을 실시하려 해도 자치구·군 반발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으며 △구의회 무용론에 대한 주민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위원회가 6월 30일까지 종합계획을 확정해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해야 되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의결했다고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의결자체가 무효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 산하 직속기구 위원회 인사들의 의식은 물론 기본적인 민주적 절차조차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위원들이라는 비판을 면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통과한 것처럼 위장해 발표한 관계자들 또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안이 국회에 제출된다고 해도 중구·종로구 등 전국 중심구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도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논란이 남아있고 의원들도 쉽게 용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인구가 적거나 면적이 작은 자치구 10곳을 인접구와 통합하는 방안으로 서울 중구와 종로구, 부산 중구와 동구, 수영구와 연제구, 대구 중구와 남구, 인천 동구와 중구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서울의 중구나 종로, 전국 광역시 중심구는 대부분 인구는 적지만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중심지역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주인구만을 유일한 잣대로 삼고 통합만을 유도한다면 무엇이 국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독자적인 과세권과 종합행정 계획을 실시하려 해도 자치구·군 반발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고, 구의회 무용론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민주국가의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국민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에 의해 지역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운용하고 있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헌법에도 보장돼 있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