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앞둔 독거노인 어떻게 지내나

"설인데 딱히 갈 곳도, 찾아올 사람도 없어"

우리 민족의 최대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 성큼 다가왔다. 그간 고향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거 귀성하고,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발길이 끊겨 홀로 보내는 명절이 더 외로운 독거노인은 귀성객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한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 어둡다고 했던가, 명절이 부산하면 할수록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이 갖는 외로움의 무게는 더욱 커진다.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중구 신당동 어느 한 옥탑방, 박영애(68)할머니는 남편을 암으로 잃고 혼자 살고 있다. 남편이 죽고 나서 가정의 불화로 자식부부도 이혼해 가족이라곤 이제 아들 한 명 뿐이지만, 얼굴을 보지 못한 지도 벌써 수십년이 지났다. 외로움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건만 해마다 명절이면 아직도 불쑥불쑥 찾아드는 허전함은 어쩔 수 없다.

 

"설인데 딱히 갈 곳도, 찾아올 사람도 없어. 아들 한명 있는데 오지도 않아. 애는 나쁘지 않으니까 잘 살고 있겠지…"

 

한때 외로움과 서러움에 북받쳐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눈앞에 아들의 얼굴이 아른거려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는 박 할머니는 "아들을 먼저 찾아가고 싶지만 미안해서 찾아가기 어렵다. 결혼을 다시 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며 자식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집에서는 낮인데도 불구하고 으스스한 냉기가 감돈다. 차디 찬 방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파카 한 벌. 돈을 아끼기 위해 자는 시간 이외엔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고, 간혹 파카를 입은 채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의 머리맡에 약봉지가 유독 눈에 띈다.

 

당뇨, 기관지 천식, 눈 합병 등 하루도 약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는 박 할머니는 "새벽6시에 주민센터로 나가 일 해서 받는 돈은 약값으로 나간다. 돈 때문에 겁이 나서 입원도 못하겠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털어났다.

 

자식들을 두고도 혼자 사는 박 할머니는 외로움 속에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병마에 시달리며 올해도 홀로 외로운 설을 맞이하고 있다.

 

만리동에 거주하는 이순자(70)할머니도 사람의 정이 그립긴 마찬가지. 이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다른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중매로 결혼은 했지만, 같이 살지도 않은 날들이 많아 남편과 헤어진 탓에 자녀가 한 명도 없다.

 

삼 남매 중 첫째 딸이었던 이 할머니의 형제들은 아버지를 여위고 어머니가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가는 바람에 뿔뿔이 흩어졌다.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이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는 반 지하. 공기의 순환도 되지 않을뿐더러 습한 탓에 천정에는 곰팡이가 곳곳에 되어있다.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아. 가끔 자는 시간 이외에 문을 열어놓으면 환기가 되니까…"

 

그럼에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던 이 할머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형제들을 보고 싶어도 연락할 방법이 없어 그립단다. 외로움의 크기를 대변하듯 이 할머니의 집안 곳곳에는 왕(王)자가 군데군데 붙어있다. 그 글자가 나쁜 걸 물러주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며 외로움을 달래준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자신을 찾지 않는 형제들이 때론 밉기도 하지만, 그들이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며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절에 찾아가 무사와 안위를 기원한다. 40여년을 혼자 살아왔지만,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에는 그 빈자리가 더 크다고. 이따금씩 종교단체 등에서 떡국과 쌀을 놓고 가지만 정작 함께 먹을 사람이 없어 사람의 손길이 더욱 그립기만 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