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고 의무교육의 완성이다'
의무교육이라 함은 국가와 국민이 서로 의무의 주체가 되어 시행되는 법적 강제적 성격을 띠는 교육이다. 쉽게 말해 부모가 아이를 초·중학교에 보내면 국가가 그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의 제반 비용을 다 부담하는 것이다. 심지어 연필 한 자루까지 국가가 부담하겠으니 걱정 말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라는 말이다. 만약 부모가 어떠한 이유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아니하면 그 부모는 처벌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더 쉽게 얘기해 보자.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간다. 군 입대를 하게 되면 국가는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이 쓰는 모든 물품을 부담한다. 심지어 팬티 한 장까지 먹고, 입는 모든 것을 국가가 부담하겠으니 걱정 말고 나라 지키라는 것이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의무'라는 두 글자가 갖고 있는 의미이며, 그래서 법적 강제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국민이 '의무'라고 규정한 것을 시행할 때에 국가는 그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 의무를 시행하는 국민들이 아무 불편함 없이 보듬어주는 것 또한 의무의 의미로 군대에서 자기 돈 내고 밥 먹는 군인들이 없듯이, 교육이 의무이니 급식도 의무급식이어야 한다. 이것이 헌법에서 말한 의무교육의 정신이다.
그러나 서울에 전체 초·중학교 의무급식은 시의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의무급식을 두고 '일부야권의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했다. 절대적 예산부족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그냥 밥 먹여주는 현 급식정책은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절대적 예산의 문제란 말인가? 생각해 보자.
얼마 전 멀쩡한 2색 신호체계를 여성평등 운운하면서 서울시와 경찰청은 3색신호체계로 바꾸고자 했다. 신호등 바꾸는데 850억이 들어간다. 서울시 전체 초등학교 의무급식을 실시했을 때 드는 비용 중 서울시의 부담은 750억이다. 서울시 21조 가량의 예산 0.3%에 불과하다. 의무급식보다 당장 문제되지 않은 신호체계 교체가 더 정책적이고 예산을 제대로 사용한 일이었는지 궁금하다. 의무급식은 더 이상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이며 정책의 문제다. 혹자들은 말한다. '돈 있는 사람은 돈 내고, 없는 사람은 그냥 먹자! 재벌 자제들에게도 돈 안 받는다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이 공평한 일'이라 말하며 이에 대한 논의를 끝내려 한다. 그러나 한 번 더 다시 생각해 보자. 재벌가의 아이들은 그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에 이미 급식비가 포함된 값비싼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서민의 아이들과 같은 입장에서 비교할 일이 아니다. 이는 이미 과거에 시행했던 정책이며 그 정책 속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상처를 입었다. 아이들이 밥을 먹기 위해서 온갖 증명서를 다 떼어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부모가 이혼했다는 증명서, 가난한 조부모 밑에서 살고 있다는 증명서, 보증금 얼마에 월세가 얼마라는, 자신의 형편을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가난 증명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밥을 먹기 위해선 국가가 요구하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견뎌내야 한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공짜 밥'을 먹기 위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지금 당장 내가 그리고 후일 나의 자녀가 가난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가난해 질 수 있다. 이미 이런 상황속에서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의 다른 환경을 서로 느끼며 모두와 함께 밥을 먹으며 올바른 국가관과 가치관은 형성되기 어렵다.
의무급식을 주장하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공짜타령' 그만하라고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봄은 어떨까? "의무급식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더 이상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며 정책으로 선택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헌법을 준수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내는 세금, 여러분 자녀의 의무급식으로 돌려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