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아파트 건설 방식 중단

정비사업 패러다임 40년만의 전환… 전면철거 배제

40년을 거치며 '전면 철거'와 '획일적 아파트 건설'로 고착화된 주거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뉴타운)의 패러다임이 '지역의 특성과 매력을 살린 보전과 재생'의 개념으로 진화된다. 시는 앞으로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개별 사업단위에 대한 전면철거 방식에서 탈피, 생활권 단위 지역의 특성과 인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광역관리체제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한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시가 2009년 이후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단 등 전문가 집단이 제안한 정책방안과 시 내·외부에서 수행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40년 묵은 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 획일적 도시경관 극복 원주민 재정착율 상향

 

시는 이를 통해 앞으로의 정비 사업은 지역고유성과 커뮤니티 등을 고려해 이뤄지도록 유도함으로써 양호한 저층주거지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보전하는 등 주거유형을 다양화하고 원주민 재정착율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의 활발한 정비 사업으로 소위 '달동네'라고 불리 우는 열악한 주거지도 대부분 정비되고 기반시설도 확충됐지만 지금 서울은 획일적 아파트 건설에 따른 단조로운 도시경관과 도시 단절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고 패러다임 혁신 배경을 밝혔다.

 

개발과 성장의 시대에 다소 소홀했던 서민주택 감소에 따른 저소득층 주거안정 저해 문제와 지역 고유성 훼손 및 공동체 와해 등의 인문사회적 측면도 도시주거안정을 위한 해결과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 5대 권역별 주거지 종합관리계획 체제로 전환

 

핵심적으로 시는 정비 사업만을 위주로 계획하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대체해, 정비예정구역과 기존 재개발·재건축·뉴타운사업을 모두 흡수, 서울시 전체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시는 중앙정부와 함께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사업단위별로 개별 진행되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은 도심권·서남권·서북권·동남권·동북권 5대 권역별로 수립되는 생활권 단위의 광역 주거지 관리체제 속에서 정비·보전·관리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기반시설과 지역자원을 체계화하게 된다.

 

정비사업 시행에 걸리는 평균 소요기간이 8년 6개월 정도이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지정된 뉴타운지구 계획수립이 2∼3년 소요되는 점, 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장기간 침체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사업시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시는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은 전체 241개 촉진구역 중 추진위원회 설립 171개 구역(71%), 조합설립인가 121개 구역(50.2%), 사업시행인가 63개 구역(26.1%), 준공 19개 구역(7.9%)으로서, 속도조절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며 정상적 추진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많은 구역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주택 멸실 물량 집중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초래돼 전월세 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정비사업 시기조절 정책도 병행 추진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시는 현재 건축허가 등 제한을 받고 있는 121개 일반 정비예정구역과 뉴타운지구 내 30개소 존치지역 중 장기간 건축이 제한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해 건축제한 해제를 추진하고, 해제 구역은 휴먼타운 우선 조성지역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 재개발, 재건축 정비예정구역제 장기적 폐지

 

이와 함께 서울시는 부동산의 과열과 투기 광풍의 원인이 돼온 정비예정구역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질키로 했다. 우선 시는 정비예정구역 신규지정은 올해로 종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해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관리한다는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또,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고도 오랜 기간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나 주민들이 해제를 요청하는 지역은 예정구역 해제를 적극 추진하고, 해제되는 구역은 휴먼타운 조성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다. 3월 말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은 271개 구역이고, 정비예정구역 수는 281개다. 이는 지난 38년간 추진된 정비사업 완료구역의 약 1.4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1998년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을 처음 지정한 이후 2003년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비예정구역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로써 정비예정구역 지정에 따른 재산권 행사 제약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방지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비 사업이 필요한 지역들은 사업 속도를 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정비예정구역 지정은 사업시행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부동산 투기를 유발하고 기존 주택가격이 상승해 오히려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등 부작용도 함께 발생했다.

 

또 정비예정구역 지정 이후 장기간 정비구역 지정을 하지 못한 구역들은 당초부터 구역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던 곳이거나, 사업성이 없는 지역들로서 이들 지역에 대한 예정구역 해제를 통해 장기간 재산권 행사 제약에 따른 불편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 수요자 중심 소규모 정비 모델 개발 도입

 

저층주거지에 대한 적정한 관리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에도 역점을 둔다. 서울시는 휴먼타운사업 등 다양한 정비 사업을 병행 추진하는 한편, 노후·불량 건축물 밀집지역이나 저층지에 적용 가능한 미래형 소규모 주거지정비 모델을 개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현재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개발을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TF팀을 두고 올해 규모별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제도적 도입,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월까지 운영 되는 TF팀은 기간 내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 개발 및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하반기 중으로 국토해양부와의 협의를 거쳐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소규모 정비 사업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지면적 5천㎡이하를 대상으로 기존 가로망 등 도시골격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고유성과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