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서 섬유 관련
체계적인 육성기관을 만들어
인력 배출해야"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경제적인 저력은 '사람'에 있다고들 얘기한다. 시대가 지나고 한국의 효자산업이었던 섬유산업 역시 변화를 거듭하면서 세대교체 중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이 있다.
"거리에서 내가 만든 옷을 입은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고, 외국에서도 다른 상품과 비교해 우수한 제품으로 선정된 우리 한국의 옷이 진열돼 있으면 힘들다는 사실을 잊게 됩니다"
지난 9일 중구상공회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상공회장 표창을 수상한 남대문시장 탑랜드 아동복상가 운영위원회 김홍민(58) 회장을 만났다.
매일 밤 9시 30분에 개장해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고객들을 맞아 전국에 아동복을 공급하는 탑랜드, 부르뎅, 마마, 포키, 원아동복까지 이른바 남대문시장의 아동복 5대 도매상으로, 그가 운영하는 탑랜드 아동복은 500평의 매장규모에 140개 업체가 입점, 약 250명의 상인들이 그와 벌써 20년째 남대문시장의 밤을 지키고 있다.
전라도 목포 출신인 그는 군 제대 후 가족들이 아동복 등 섬유 사업을 하고 있는 서울로 상경해 그들과 같이 일을 시작하고 배웠다.
당시 한국에서는 섬유, 인형, 신발 등의 사업이 호경기를 맞고 있었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30년을 꼬박 아동복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김 회장은 "지금은 내가 대한민국 섬유산업 1세대라고 할 수 있다"며 "벌써 1세대의 뒤를 이은 2세대들이 등장해 유통 방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된 한편 생산 환경과 작업 조건도 비교할 수 없이 쾌적해졌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한정된 품목을 많이 생산해 판매하는 과거의 전략이 요즘은 각자의 개성과 독특한 고유의 디자인이 반영된 트렌드로 소량 제작돼 더욱 다양한 양질의 상품들을 선보이며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세대교체를 하며 100% 디자이너에 의해 직접 제작되고, 판매되는 시스템을 갖춰 그야말로 남대문시장은 대한민국 섬유산업과 아동복의 메카로 거듭난 것이다.
2010년에는 터키, 크로아티아 등 유럽과 중국 북경과 대련 등의 홍보 활동에서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몰고 왔으며 많은 무역협상이 이뤄진 한편 요즘도 매주 남대문시장을 찾는 대만, 중국 등의 바이어들이 구입해가는 물량도 만만치 않다.
그에 맞춰 5대 아동복 도매상 전체가 공동 카탈로그를 제작해 중국에 배포했으며 카탈로그를 지참하고 업체를 찾을 시 20만원을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어린이날 등 명절 대목에 5개 아동복 매장이 연합해 문화행사를 펼치며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한다.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 회장에게 상공회장 표창 수상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중구에 많은 상공인 가운데에서 선정된 사실에 영광이고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해 중구의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소탈하게 털어놓는다.
남대문시장의 개선점을 묻자 "관광특구로 명동, 동대문, 남대문시장의 연계가 시급한 일"이라며 "동대문은 메머드급 건물 등으로 현대화 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반드시 찾는 명소로 발돋움 해 명동까지 이르고 있지만 남대문시장까지는 관광객이 찾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아쉬운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또 "남대문시장을 위한 주차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중구청과 서울시에서도 심각성을 알고 해결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남대문 아동복연합회에서 총무를 맡아 남대문시장 및 아동복연합회의 발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김홍민 회장은 최근 국내 섬유 산업의 생산력에 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구직난에 빠져 있으면서도 섬유사업이라는 과거의 고정관념만 가지고 4D사업으로 알고 기피하고 있다"며 "이는 양질의 디자인과 제작이 이뤄지는 한국의 섬유산업 입장에서 큰 문제로 국내에서 옷을 만들어낼 생산력이 없다면, 아마 10년 안에 아동복을 비롯한 의류 제작은 전부 외국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정부 차원에서 섬유 관련 생산자를 육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육성기관을 만들어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힘 써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30년 동안 섬유 및 아동복 사업 외길을 걸어올 수 있게 한 그의 경영철학을 물었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고 믿는 게 중요하다"며 "때론 시련과 난관에 부딪치지만 직업 자체가 주는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진다면 그런 근성으로는 무엇도 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 업무에 욕심을 냈지만 IMF를 겪으며, 무슨 일을 하던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천직이라는 걸 믿게 됐다"라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행복을 소중하게 영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8일이면 탑랜드 아동복은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20주년 행사로 그는 고객들에게 음식 및 기념품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한다. 김홍민 탑랜드 아동복상가운영회장은 사람이 한길을 꾸준히 걸어간다는 경영철학을 통해 자신의 행복에 확신이 있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