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남산을 세계적 명소로 만들려면

남산은 중구와 서울시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명산중에 명산이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명산인 남산의 석호정과 테니스장, 리틀야구장등 체육시설 철거문제로 중구와 서울시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서울시가 2009년 3월 4일 남산을 친환경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남산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이 계획에 따라 옛 중앙정보부 별관을 철거하고, 중앙정보부 본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유스호스텔로 활용하고 있으며, 금년 말까지 교통방송 서울소방재난본부 남산별관 등 남산에 있는 서울시의 건물 3곳도 철거하게 된다. 서울시는 2011∼2015년에 장충테니스장과 리틀야구장도 다른 부지를 확보해 옮기도록 방침을 정해 놓은 상태다.

 

이 같은 남산르네상스 사업에 2015년까지 2천3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산을 회현·예장·장충·한남 등 4개의 산자락과 N서울타워 주변의 5개 지구로 나눠 권역별로 특색 있는 공간으로 개발하고, 예장자락 지구는 주변 산자락을 복원한 뒤 인근 명동·충무로와 함께 문화지구로 조성하게 된다. 장충단공원이 있는 장충자락 지구는 항일유적 교육공간으로, 회현·한남자락 지구는 생태환경 체험 공간으로 꾸며지고, N서울타워 주변은 한강 등 서울의 경관을 볼 수 있는 지역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워크홀릭족을 위해 6.5㎞인 산책로를 7.5㎞로 늘리고, 남산 조깅코스의 남·북 측 순환로를 연결하는등의 르네상스계획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전에는 서울숲에서 부터 한강, 남산정상까지 8.4km를 산책로를 연결해 도심에서 외곽까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걷고 싶은 길'로 정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산을 세계적 명소로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남산에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철거하고 게이트볼장, 어린이놀이터를 철거하자 중구와 중구의회, 시의원, 생활체육인들이 연대서명을 하는등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이에 따라 게이트볼장은 인라인스케이트장 철거부지에 다목적용으로 어렵게 재 설치됐다. 그리고 테니스장과 리틀야구장에 이어 당초 계획에 없던 석호정까지 철거한다고 하자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지난 20일 '석호정 존치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공청회에서 참여했던 전문가와 중구 관계자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석호정을 철거나 이전해서는 안되고 존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산르네상스 계획이 역사와 전통, 유적지를 존치하고 복원하는 것으로 대단히 의미있는 작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와 문화가 없다면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그 만큼 상쇄되지 않을까. 영국이나 불란서, 일본등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보존하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