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유 의 태 중부소방서 회현119 안전센터장

소방차 '길터주기' 나와 이웃을 위한 배려

2009년 6월 창원시 도계동 빌라 5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광주 현대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사망과 부상을 당하는 화재가 있었다.

 

창원과 광주의 화재는 소방차가 출동, 화재현장 입구까지의 도착시간보다 단지내 무질서한 차량주차로 인해 내부까지 진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 짧은 시간에 뜨거운 열기와 연기속에서 소방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던 일가족은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바닥으로 뛰어내린 요구조자는 중상을 입었다.

 

소방방재청 2010년 상반기 화재발생현황 분석에 따르면 6월말 기준으로 2만2천여 건의 화재가 발생, 96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인명구조의 시기를 놓치게 된 원인 중에는 소방통로상 불법 주정차와 교통혼잡으로 소방차의 현장도착 지연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화재출동 뿐만 아니라 구급차의 현장 도착이 늦어져 응급환자의 소생률이 낮아지고 심정지 환자 등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이 늦어져 소중한 생명이 사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5분 이내 초기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며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응급환자는 4∼6분을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한다. 그 짧은 시간내에 구급차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면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가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뇌가 손상되는 시간도 4∼6분이다. 지난해 구급차의 현장도착 평균시간은 8분 18초로 골든타임 4∼6분 이내 도착율은 32.8%에 불과하다.

 

소방관의 설문조사에서 64%가 "일반차량들이 비켜주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긴급차량 소통을 위한 교통신호체계 및 시스템도 부족하다.

 

외국의 경우 긴급차량 출동을 위한 Fire-Lane(미국) 및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출동차량의 지휘관이 방송 및 수신호로 양보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오레곤주는 양보 의무조항을 두어 긴급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정지해야 하며 위반시 최대 7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은 긴급차량에게 양보 불이행시 과중한 벌금부과와 면허를 정지시키고, 일본에서는 만성적인 교통정체 및 불법주차로 긴급차량 통행방해를 사회문제화 하고 교통 불통지역에 무인카메라 설치 등 24시간 불법주차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불법주차 범칙금을 높게 책정해 실효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현행 '소방기본법' 및 '도로교통법'은 소방자동차에 대한 우선통행 규정을 위반한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있지만, 실제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응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할 때면 응급차의 뒤에 바짝 붙어 목적지에 좀 더 빨리 가려는 얌체족이나 소방차가 앞서가는 차량들을 향해 길을 비켜달라고 애원(?)하는 사례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선진 외국에서 소방차가 등장하면 앞서가던 차량들이 일제히 바닷길이 열리듯 갓길로 피해 길을 열어주고 일부 차량들은 소방차를 위해 인도에 개구리 주차를 하며 적극적으로 길을 터준다. 이와같은 현상을 목격한 관광객은 마치 소방차를 위한 모세의 기적과 같다고 극찬했다.

 

소방차를 위한 나의 양보가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119신고를 하고 애타게 기다리는 긴급환자가 나의 가족일 수도 있으며, 길을 터주는 작은 배려가 화재로부터 나와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양보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