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부하는 것을
감추지 않고 알리는 것은
저처럼 기부 또는 봉사를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예요"
"어려운 이웃을(남을) 돕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행복합니다"
찬바람에 가슴을 움추리고 있는 중구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오는 9일 남산의 자유센터웨딩홀에서 경로잔치를 마련하는 원영식(50) 대표.
중구에서 나눔의 천사, 기부의 천사로 통하는 그가 많은 사람들을 돕고 후원하고 있던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아내인 강수진씨가 이번에는 원 대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부창부수인 셈.
그는 2004년 살던 서울 중구의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 7세대에 첫 기부를 시작한 이래 그 숫자를 159세대로 늘리는 등, 현재까지 4억여 원을 후원했다.
그는 "남을 돕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원 대표가 '나눔의 삶'을 실천하게 된 것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그가 어릴 때 부모는 30년 넘게 서울 명동서 살고 계셨다. 4남매(1남3녀) 먹이기에도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부모는 지게꾼 걸인 등을 만나면 팥죽을 쑤어 주고,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고. 그의 큰 누나도 지금껏 20년 넘게 음성꽃동네에서 요리와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고, 둘째·셋째 누나도 능력껏 이웃을 돕고 있다고 한다.
"이웃을 돕는 일이 생각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도 처음엔 방법을 몰랐어요"
2003년 봄, 그는 아내 강수진(39)씨와 함께 거주지인 신당4동의 동사무소를 찾아가 이수정 사회복지사에게서 후원 대상자 3명을 소개받아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아내는 신당복지관에서 저소득층 도시락 배달 봉사에 나섰다.
"임대아파트 주민의 삶이 너무 눈물겨운 거예요. 전기세 아끼려고 불도 안 켜고 살고, 쌀이 없어 경로당에서 주는 점심 한 끼로 하루를 버티는 어른들도 계셨어요. 혼자 사시는 한 할머니는 도시락을 들고 오는 유일한 말벗 강씨를 기다리며 골목에 나와 서계시기도 했어요. 사람이, 정이 그리우셨던 거죠"
원 대표는 중구청이 차상위계층을 지원하는 '행복더하기운동'에 참여하는 등 후원 대상을 확대해나갔다. 현재 그의 후원대상자는 이수정 복지사가 따로 관리하고 있다.
어머니가 2007년 별세한 뒤 들어온 조의금 5천만원을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했고, 그 해 가을부터 매년 어머니를 생각하며 관내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경로잔치를 벌이고 있다. 2008년에는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자원봉사자 50여명에게 제주도 여행을 보내드리기도 했다.
기부금액이 늘면서 원 대표는 고액 개인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를 주관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권유로 이 모임에 가입했다. 하지만 '돈 많이 버니까 기부한다' '생색낸다'는 등 뒷말이 없지 않아 많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는 "제가 기부하는 것을 감추지 않고 알리는 것은 저처럼 기부 또는 봉사를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복지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부자가 있대요. 돈은 많은데 버스·지하철 타고 다니며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가난한 부자, 승마·골프를 즐기면서 번 돈을 자신에게 투자하는 품위 있는 부자, 그리고 나눠주는 부자입니다. 꼭 꿈을 이루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