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음주로 발생하는 '태아알코올스펙트럼장애(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 이하 FASD)'를 신생아 태변을 이용해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신생아 태변이란 출생 후 신생아가 처음 보는 대변을 의미한다.
FASD는 장애가 바로 확인되는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FAS)과는 달리 출산 후 장애가 바로 나타나지 않지만 아기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학습장애, 과잉행동 등의 정신적·신체적 2차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FASD 영향을 받은 아이들은 학습장애, 과잉행동장애, 조정기능부전, 언어발달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에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범죄자, 약물중독자, 사회적 외톨이 등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임신부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에 노출된 임신부는 36.8%에 달했으며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습관적 음주자 역시 23.1%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임신부도 알코올 노출비율이 선진국과 비슷한 30∼4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년에 최소 1만∼2만5천명 이상의 신생아가 FASD 상태로 태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질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방과 치료에 집중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질환에 대한 인식부족과 전문의료진 및 검사장비 부재 등의 이유로 그동안 객관적인 진단조치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은 신생아의 태변에 있는 알코올대사물질인 FAEEs(fatty acid ethyl esters)를 측정, 정량화하는 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함에 따라 FASD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임신 중 알코올 노출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FAEEs는 태반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태변에서 측정되는 FAEEs 용량은 곧 태아가 알코올에 얼만큼 노출됐는가 하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연구에서도 FAEEs는 알코올의 비산화대사물질로 태아세포에서 에너지대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ATP의 생성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등 태변 내 FAEEs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지능과 신경발달의 장애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보고돼 있어 이번 측정기술개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개발된 FAEEs 측정기술은 기존의 선진국에서 개발한 방법보다 검사기간이 짧고 더 적은 양의 태변으로도 검사가 가능해 임상에서 더욱 쉽게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