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역사적인 유물·유적 제대로 관리해야

오는 8월 29일은 일본과 강제병합조약이 이뤄진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경술국치인 이날은 한반도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굴욕이며 치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도 역사다. 이를 잘 보존해서 후손들이 다시는 이 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시에서는 유물이나 유적관리에 소홀하고 있고,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수능시험에 역사과목을 배제하겠다고 한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이 어떻게 국가를 제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세계를 모르면서 어떻게 세계와 경쟁하고 이길 수 있겠는가.

 

한 역사연구단체가 5년 전부터 서울시에 건의해 온 남산의 옛 안기부(현 교통방송)터 앞 '경술국치현장 표석설치'를 건의했는데 강제병합 100주년을 며칠 앞둔 이제야 관계부서에서 검토를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우리 근현대사의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 '경술국치의 현장'이라는 표석 대신 '녹천정(鹿川亭)'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정자이름으로 표석을 설치하겠다고 밝혀 서울시 의회에서 관련 의원들에 의해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김기옥 의원은 "무려 5년 전부터 요구한 표석설치를 제때에 설치하지도 못하고, 역사성도 없는 '정자터'를 표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우리의 근현대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서울시내의 유물·유적관리에 소홀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하면서 '간판개선'을 위해 올 한 해에만 61억 5천300만원을 지출하는데 반해 '문화유산 표석설치예산'은 고작 10개소 2천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디자인 수도'를 외치면서도 우리역사의 중요한 역사유물과 유적은 남산의 교통방송과 유스호스텔 인근의 길가에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소재 문화재는 1천293개로 전국문화재의 약 12.2%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중구 150개, 종로가 329, 용산구 251, 관악구 110개 순으로 산재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구에서 발행된 '중구문화재'에는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비롯해 덕수궁, 환구단, 구 러시아공사관 등 국가지정문화재 11점(국보1, 사적10)과 장충단비, 성제묘, 수표교 등 시지정문화재 19점(유형7, 기념물5, 민속자료7), 등록문화재 9점 등 총 39점의 문화재와 역사문화유적지 기념표석 82점이 수록돼 있다.

 

시정개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정동지역, 남대문, 북창동, 명동지역을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개념을 유물·유적에 적용한다면 600년 역사의 중구와 서울은 그야말로 역사와 문화자원의 보고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