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중구의 문화 ② / 이 장 민 충무아트홀 문화사업팀장

"축제, 나와 우리를 깨우는 신명의 판타지"

봄 꽃이 화려합니다. 목련은 화사하게 담장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노란 개나리는 다소곳한 미소를 보냅니다. 무더기로 피어있는 진달래는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게 우리 곁에 잠시 왔다 사라집니다. 이제 남산과 퇴계로에도 벚꽃이 휘날리면 봄은 절정을 맞게 됩니다. 마음은 이미 남산자락을 휘돌아 녹음이 짙어가는 한강변을 건너 여의도 벚꽃축제에 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친 일상에서 자연이 빚은 예술을 경탄하며 추억을 새기고 기쁨을 노래하며 새로운 충전을 기약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 길로 유명한 경남 하동 쌍계사 길과 충북 옥천의 금강 길, 전남 광양 매실마을, 경기도 이천 산수유마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곳에서도 꽃과 축제와 어울림의 한마당이 펼쳐집니다. 천안함 사건이 아니었다면 전국은 지금 꽃에 물들고 술에 취하며 사람 속에서 흥을 돋우는 축제의 난장이 한창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제를 무척 좋아합니다. 매년 열리는 축제가 대략 800여 개라고 하니 그 숫자도 놀랍지만(비공식적으로 열리는 것 까지 포함하면 1천 개라고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고 밤낮을 잊은 채 펼쳐집니다.

 

축제도 벚꽃축제나 단풍축제와 같은 자연환경축제부터 사과축제나 은어축제와 같은 특산물축제, 부산국제영화제나 춘천마임축제와 같은 예술축제, 강릉 단오제나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같은 전통민속축제 등 종류도 무척 다양합니다. 이제 축제는 그저 하나의 놀이문화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문화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이기도 합니다.

 

지역민들에게 공동체적 신명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에너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화합과 소통의 장을 열어줍니다. 또한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적인 볼거리를 제공해 막대한 경제적인 부를 안겨다 주기도 합니다. 유명한 프랑스의 니스 카니발과 브라질의 리우 축제,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토록 사시사철 밤낮으로 축제를 즐기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목민적인 기질 때문일 것입니다. 유목민은 기본적으로 신명이 있어야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개척합니다. 신과 소통하고 어울려 종국에는 합일에 이르는 과정을 거쳐야 초월적인 에너지가 내부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이 에너지가 바로 삶을 이끄는 원천이고 사회를 지탱하는 힘인 신명입니다.

 

신명은 자연스럽게 제사나 제의로 연결되고 놀이로도 어우러졌습니다. 신명을 공연예술화한 것이 전통예술의 시나위와 판소리, 사물놀이이고, 놀이로 연결시킨 것이 바로 축제입니다. 축제는 기본적으로 신명과 놀이를 바탕으로 즐거운 일탈을 나누며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대동놀이입니다.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축제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복판인 시청과 광화문에서 일탈을 몸으로 실천하며 공동체가 하나 되는 신명난 대동놀이의 축제를 경험했습니다. 잊어버렸던 축제의 원형을 다시 살려냈고, 축제의 본질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공동체의 신명과 일탈, 대동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축제는 나를 깨우고 우리를 보듬습니다.

 

우리사회는 많은 갈등구조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국민을 갈라 세우고, 강남과 강북은 지리적 위치만으로 서로 등을 돌리며, 세대간의 소통은 가로막혀 있습니다. 축제는 이 갈등을 녹이고 분열을 치유하며 대립을 완화시킵니다.

 

축제는 나와 우리를 일깨워 진부한 통념과 관습을 거부하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해 공동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우리 중구에도 이처럼 멋진 축제가 일상에서 벌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중구민의 가슴에 희망이 넘실됐으면 좋겠습니다. 축제는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