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신당6동 기초생활수급자인 정정자씨와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진근 회장.
저소득층에 보일러 무료 교체ㆍ연탄배달도
“불경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일이 없어 직원들에게 미안할 정돕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봉사활동을 중단하기는 더 어렵더군요”
관내 신당1동에서 보일러 설비업체인 ‘동양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근 회장은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함께 신당6동 저소득 주민인 정정숙씨(82) 집을 방문해 보일러를 수리해 주고 가스레인지를 무료로 교체해 드렸다. 그리고 찬물만 나오던 싱크대도 따뜻한 물이 나오도록 수리했다.
정 할머니는 “추운데 이렇게 고생해서 어쩌나, 어떻게 보답해드려야 될지 모르겠네”라며 대문 앞까지 배웅하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기초수급대상자로 매월 35만2천882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하기도 했다는 그는 현재 가족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는 독거노인으로 기름값이 비싸서 보일러를 잘 틀지 않아 찬방에서 거의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사무소에서 임대아파트를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가겠다는 이유가 뭐냐고 기자가 묻자 “아파트는 감옥 같아, 빌라가 아니면 안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곧 쓰러질 것 같은 낡은 한옥 집은 한겨울 찬바람을 이기기에는 쉽지않아 보였지만 고장난 보일러를 수리해 주고 가스레인지까지 교체해 주자 너무 고마워 했다.
김진근 회장은 “올해는 중구보다 종로구에 많은 봉사를 한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도 중구의 어려운 분들이 있으면 반드시 찾아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욱 신당6동장도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보일러가 물이 샌다는 연락을 받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김진근 회장이 이렇게 무료로 수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보일러 수리가 끝난 뒤 신당2동에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양중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연탄을 무료로 배달해 주기 위해 자리를 떴다. 김 회장의 보일러 자원봉사는 지난 96년 처음 시작됐다. 지금은 전국보일러시설협회 종로중구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98년부터는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가스보일러, 파이프, 물주머니 등 부품을 구입해 지금까지 고치거나 새로 해준 설비가 모두 600여건에 달하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5가구에 200장씩 1천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45만원 상당의 연탄 1천장 값은 모두 김 회장이 부담했다.
이 같은 봉사활동은 크리스마스 날인 오는 25일 밤 9시55분 KBS 2TV VJ 특공대에 70여분간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