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유난히 태극기를 좋아한다.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에 태어나 그해 6월에 백일을 맞았고 백일 사진 찍으러 갔다가 골인을 외치는 사람들의 함성 때문에 놀라 엉엉 울었던 아픈 기억이 있음에도 곳곳에 출렁이던 태극기와 “대~한민국”의 외침이 익숙해서인지 8살인 지금도 가끔 태극기를 꺼내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대~한민국”을 외친다. 글씨보다 태극기 그리는 것을 먼저 했고 리듬에 맞춰 잘도 외쳐댄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광복을 맞았던 우리의 어르신들의 마음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압과 고통 속에서 희망이라고는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암흑의 시기에 나라를 다시 찾은 그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쳐 터져 나오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서, 들썩이는 엉덩이 때문에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행여 눈에 띌까 꼭꼭 숨겨뒀던 태극기를 꺼내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와 서로서로 부여잡고 그 기쁨을 마음껏 펼쳐 보았으리라.
모두들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점점 나아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피부에 와 닿진 않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한숨만 쉬고 걱정만 하면서 지낼 수만은 없다.
며칠 후면 64번째 맞는 광복절이다. 이번 광복절에는 60여 년 전 이 땅에 울려 퍼졌던 가슴 벅찬 함성을 되새겨보면 어떨까 한다.
모든 시름 다 내려놓고 동네방네 사람들 다 모여서 태극기 손에 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며 다시 한번 우리의 기상을 뽐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외국인들도 감히 못 따라한다는 엇박자의 대한민국을 외치며 그래도 그때보단 지금이 훨씬 좋은데 이 정도쯤이야 하는 다부진 각오를 해보며 우리 아들을 위해서 다시 힘차게 파이팅을 외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