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회 탐방 / 광희동 떡케익봉사단 ‘햇살’

하모니로 만들어지는 사랑의 케익

 

◇지난달 25일 광희동 떡케익 봉사단 ‘햇살’ 회원들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디'로 보랏빛 나는 케익 만들어

한달에 한번 어르신 생신 때 전달

 

 햇볕이 내리쬐는 목요일 아침, 광희동 주민센터 3층에서는 떡 향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건 몇 분 지났어? 25분 다 됐어?”

 저 6개의 찜통 안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기에 이토록 걱정과 기대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2월 자치회관에서 만들어진 교육프로그램에서 따로 독립해 지난해 9월25일 결성된 ‘햇살’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이 되면 9명의 회원들이 함께 모여 떡 케이크를 만든다.

 체에 쌀을 3번 정도 내려 쌀가루를 만든 뒤 어떤 보라색 물을 섞는데 그 색이 예술이다.

 

 “이게 오디라는 건데 뽕나무 열매예요. 보기엔 검은 색인데 이렇게 쌀가루와 섞으면 나중에 보라색으로 예쁘게 변하죠.”

 이날은 오디를 재료로 썼으나 계절에 따라 딸기·고구마 등으로 다양하게 가루를 내기도 한다. 그 언젠가 상추를 통째로 케이크 안에 넣어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예상외로 결과가 좋았다고.

 

 한 곳에서 찜통을 들여다보며 떡을 찌는 동안 다른 한 곳에서는 열심히 장식을 하느라 분주하다. 그 솜씨도 솜씨려니와 마지막에 하얀 눈 같은 슈가파우더를 뿌리는 손재주가 여느 전문가 못지않다.

 

 시간이 흘러 하나 둘 뜨거운 찜통에서 나와 몸을 식히는 케이크들의 모습이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크들은 잘 포장 해 독거노인들이나 노인정으로 배달이 돼 그 달 생신을 맞으신 분들께 전달 된다.

 “예쁘게 만들어서 갖다 드리면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그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죠.”

 

 회원 고정숙씨는 이렇게 말하며 요리를 하면서 어질러진 책상 위와 바닥을 정리했다. 뒷마무리도 깔끔하게 하려는 어머니의 습성이다.

 

 “여기서 만들어 보고 집에 가서 우리 아이들 만들어주면 맛있게 잘 먹죠.”

 포장까지 마치고 실내가 정돈되자 회원들은 하나 둘 갖고 온 먹을거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만의 친목회가 시작되는 것. 오늘 메뉴는 찰보리밥에 거위고기, 상추, 김치다. 회원들은 둘러앉아 밥을 같이 먹으면서 이것저것 요리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난 이 부분이 더 맛있던데.”

 “그 부분 말고 여길 이렇게 해서 먹으면 더 맛난다니까죿”

 이들의 표정과 말투에는 가족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 마음이 그대로 어르신들에게 전해지면서 봉사단 ‘햇살’이 더 빛이 난다.

 시작은 광희동에서 했지만 뜻 맞는 사람들의 후원과 기대가 모이면 중구 전체에 그 햇살이 비출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