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13일 중구청 주택과로 발령받아 전임자로부터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다. 그런데 8년 이상 해결하지 않은 장기 민원이 있는 것이었다.
신당4동 주거환경개선지구의 환지 개량 업무로 사업이 완료되지 않아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하며 상당히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이었다. 주거환경개선지구 업무는 서울시에서도 종로구 관악구 등 몇 개구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업무였다.
워낙 생소하고 어려워서 전 담당자들도 업무처리가 힘들었고 또한 주민의 재산권과 직접 관련이 있어 잘못 처리했다가는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전임자들이 업무처리를 꺼려한 것 같았다. <중략> 나는 내가 이 업무를 맡은 이상 주민들의 이 고통을 반드시 끝내줘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 하나씩 업무를 처리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당4동 주거환경개선지구는 환지 배분문제 외에도 환지로 예정된 토지에 신축한 건축물 3개동이 인접 근린공원을 침범해 사업을 해결하는데 굉장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은 침범한 면적은 공원 부지를 해제하고 대신 침범한 공원용지 이상의 면적을 대체할 토지를 찾아 그 용지를 공원 부지로 바꿔 새로 조성하는 것뿐이다. <중략>
대체공원용지로 인정받기 위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자료 설명을 하며 시청을 방문한 횟수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거의 두 달을 시정에서 살았다 싶을 정도로 수도 없이 드나들었고 그 결과 결국 그동안의 노력이 효과를 보아 대체공원용지로 인정을 받았다.
1차적으로 대체공원 용지는 해결됐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공원용지를 우리구에서 해결하고 나니까 이제는 토지 소유면적이 부족한 주민이 추가로 토지 매입을 해야 하는데 공사 시공 중에 우리구가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서 위법사항이 발생했으니 토지를 매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략> 결국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주민들을 설득해 해당 주민들이 추가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설득이 끝난 후 이제는 환지 처분 및 등기를 해야 했다. 기존 면적과 새로이 발생하는 면적을 정확히 계산해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도 문제였다. 우리구에서 용역비 2억5천만원을 서울시에 요청해 예산배정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 용역을 하려고 보니 용역비가 너무 과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산 절감을 위해 내가 직접 설계하기로 마음먹고 11개월 이상을 조사 및 설계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2억5천만원이라는 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토지 소유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등기 업무도, 소유자들의 등기비용을 아껴주기 위해 우리구에서 직접 수행해 토지 등기까지 완료했다.
결국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토지등기가 없는 건물이다 보니 그동안 가격도 거의 오르지 않고 사려는 사람도 없어 매매를 할 수 없었는데, 토지 등기를 한 이후로 매매가가 2배정도 올랐다며 주민들은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하셨다. <중략>
이번 일을 겪으면서 공무원인 내가 해결해야 할 책임은 없어도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소명인 우리들은 주민들이 어떤 일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도움을 줄 수있는지를 항상 고민하며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그런 존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일을 해결해 주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 스스로도 뿌듯한 성취감을 느낀다.